[조담소] 대뜸 이혼 요구하며 졸혼계약서 내민 남편...다른 여자 생긴걸까?

□ 방송일시 : 2024년 8월 21일 (수)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규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더 늦기 전에'... 이 말은 저마다 다르게 들릴 겁니다. 가슴에 꿈을 품고 살아온 사람에겐, 바로 지금 도전해보라는 '응원'으로,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사람에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경고'로... 마음 따로 말 따로인 사람에겐 솔직해질 수 있는 '주문'처럼 들리겠죠. 응원도 되고, 경고도 되고, 또 주문도 되는 말, '더 늦기 전에.' 여러분은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바로 문을 열겠습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규리 변호사(이하 김규리)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규리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자...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저는 60대 여성으로서 남편과 30년가량 혼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였고 저는 가정주부로 내조를 하고 아이들을 키워왔습니다. 현재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었고 그래서 텃밭을 가꾸며 남편과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남편이 졸혼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점심을 안차려줘서 저러는가 싶었는데 구체적으로 '졸혼 계약서'까지 작성해와서 졸혼을 요구했습니다. 졸혼을 하면 자신이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티비에서 졸혼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제가 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별문제도 없는데 졸혼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이 무척 의심스럽습니다. 졸혼계약서를 보니 '서로의 어떠한 사생활에 침해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도 있어서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재산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저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왔고 이제는 건강상의 이유로도 일을 하기엔 어려워 막막함도 느낍니다. 또한 졸혼을 하면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 자유롭게 교제를 해도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졸혼 후에 남편이 생활비를 모두 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졸혼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알아둬야 할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조인섭 : 졸혼,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죠? 졸혼에 대한 문의도 참 많은데요. 졸혼은 어떤 의미인지 먼저 살펴볼까요?

◆ 김규리 : 네, 졸혼은 말씀주신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법적인 혼인관계를 모두 정리하는 이혼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이혼까지는 원하지 않지만, 졸혼을 통해 법적인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사실상 각자의 생활을 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이들 고려하고 계십니다. 상대방과 원만한 대화를 통해 졸혼을 결정하시기 때문에 그 관계 역시 원만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 조인섭 : 이혼을 하려다가 졸혼으로 마무리를 하는 사건들도 있죠?

◆ 김규리 : 네, 말씀드린 것처럼 보통 양당사자의 협의를 통해 졸혼으로 나아가시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이혼 조정 또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상대방이 이혼을 원치 않거나, 또는 상대방의 귀책사 유 등 특별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명확지 않은 경우에도 조정절차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원만하게 졸혼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 조인섭 : 법률적으로 '졸혼'이라는 형태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죠.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씀주셨는데, 사연자분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졸혼 요구가 다른 이성이 생긴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도 말씀주셨어요. 만약 졸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이성과 만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 김규리 : 졸혼을 하더라도 법률상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졸혼을 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다른 이성과 만나도 된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조인섭 : 남편이 제시한 졸혼계약서에 '서로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문구가 문제 되지는 않을까요?

◆ 김규리 : 통상 많은 졸혼 계약서에 비슷한 내용을 담아 문구를 기재하시긴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인 사생활을 존중한다라는 의미의 범위를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 즉 동거의무를 면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에는 큰 다툼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해당 문구가 상호 성적 성실의무까지 면제해 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가 문제 되는데, 사실상 '해당 문구만으로 제3자와의 이성교제까지 포함하는 사생활의 자유를 전면 용인하여 부정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성적 성실의무를 모두 면제하여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판결들이 주가 되어 제3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조인섭 : 다른 이성을 만나도 된다고 인정한 사안도 존재하긴 하나요?

◆ 김규리 : 네, 실제로 한 하급심 판례 중에서는, 개인적인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졸혼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두 당사자 사이에서 '다른 이성을 만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라거나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은 상관 없으나,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라'라는 등의 취지로 이야기를 나눈 경우가 있었는데, 해당 사안에서는 법원이 상호 성적 성실의무까지 면제하는 취지로 해당 문구를 기재한 것으로 판단하여 배우자 일방과 제3자의 교제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도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물론, 해당 사안에서는 배우자 일방과 교제를 시작한 제3자 역시 두 부부의 혼인관계가 모두 파탄되어 상호 성적 성실의무를 면제해 준 것으로 인식하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가 되었긴 합니다.

◇ 조인섭 : 이성을 만나는 부분을 포함해서 사생활의 범위 등을 애초에 더 구체적으로 협의하여 기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네요. 졸혼을 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아무렴 재산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이 좋겠죠.

◆ 김규리 : 네, 맞습니다. 특히 우리 사연자분의 경우처럼 전업주부로 생활해오신 분이라면 보통 많은 재산의 명의 자체가 남편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졸혼 계약서를 작성하실 때 애초에 남편 명의의 재산 중 일부라도 사연자분의 명의로 미리 증여를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에 하나 남편분이 졸혼 후 의도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비하게 되면 향후 이혼소송을 통해 재산분할을 진행하더라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생활비 부분도 미리 정할 수 있지 않나요?

◆ 김규리 : 네, 말씀드렸던 것처럼 졸혼은 법적인 부부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부간 부양의무를 진다고 보아야 하고, 특히 우리 사연자분처럼 전업주부로 경제활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구체적인 생활 액수와 그 지급 시기 및 방법도 사전에 정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부양료 청구도 고려해보실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과 비교했을 때 세금 부분도 달라지긴 하지요?

◆ 김규리 : 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의 경우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것이기에 원칙적으로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졸혼을 하면서 재산을 이전받는 경우에는 부부간 증여에 해당하여 증여세가 발생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부분도 사전에 확인하시어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졸혼은 법적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각자의 생활을 원하는 상태로 이혼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혼을 원하던 경우에도 상대방의 의사가 없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졸혼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졸혼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유지되므로 부부 간의 성적 성실 의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졸혼 계약서에 '서로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개인 사생활 존중을 의미하므로 제 3자와의 이성교제를 포함하는 자유를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졸혼 계약서에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포함되고, 부부의 혼인 관계가 모두 파탄된 경우 법원이 상호 성적 성실 의무를 면제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생활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으며 재산 부분도 남편 명의 재산 중 일부를 미리 증여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졸혼 시에도 부부 간 부양 의무가 유지되며 전업주부인 경우 생활비 액수와 지급 시기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의 경우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졸혼 시 재산을 이전받는 경우 부부간 증여로 간주되어 증여세가 발생한다는 것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김규리 : 네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YTN 서지훈 (seojh0314@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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