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글 쓰느라 보낸 무모한 시간이 지금의 소설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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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문학상' 후보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은 이미리내 작가를 최근 만났다.
"단순한 리포트 글 하나 제대로 써내지 못했으니 소설가가 될 것이라 생각이나 하셨을까요?" 말하며 웃는 이 작가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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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한국어판 출간
“단순한 리포트도 못 쓰던 나
포기 않고 시간 쪼개며 도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여성문학상’ 후보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은 이미리내 작가를 최근 만났다. 홍콩에 거주 중인 그는 후보에 오른 그의 첫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영문판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의 한국어판 출간과 함께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문화일보 건물 1층 카페에서 소설을 쓰곤 했다”며 친근감을 드러낸 이 작가는 솔직한 고백부터 털어놨다.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배운 적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장편부터 썼어요. 무식하니 용감했다는 말, 그게 바로 저예요.”
세계가 먼저 알아본 이 작가의 소설은 영어로 먼저 쓰였다. ‘앵무새 죽이기’ ‘모비 딕’ 등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펴낸 뉴욕의 유명 출판사 하퍼와 2억 원대 계약을 맺으며 출간됐고 영어 원작인 덕에 국제상을 운영하지 않는 여성문학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직접 제작할 작품의 원고를 찾던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의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소설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간 주인공 ‘묵 할머니’의 인생을 그린다. 평양의 농촌에서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 한 여성의 운명적 삶을 박진감 넘치는 필체로 담는다. 최고령 탈북자였던 이 작가의 이모할머니 고 김병녀 씨가 간직했던 이야기가 가장 큰 모티브가 됐다. 다만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바람에 이모할머니에게서 더는 자세한 경험을 들을 수 없었고, 나머지 이야기는 엄청난 자료 조사로 채워 넣어야 했다. 이 작가는 지금과 같은 성공이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도 ‘과연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에게 돌아온 영문학 교수의 조언은 냉정했다. “글을 써서 먹고살 생각은 하지 말라.”
“단순한 리포트 글 하나 제대로 써내지 못했으니 소설가가 될 것이라 생각이나 하셨을까요?” 말하며 웃는 이 작가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와 예비 유학생들을 가르쳤고 졸업 후에도 생계를 위해 뛰었다. 시간을 쪼개 글쓰기에 열중했지만 “내가 봐도 부끄럽다”는 그의 소설을 출간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출판사는 없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이주하게 된 이 작가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다. 문예 창작을 배울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가는 ‘영어’가 소설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시간, 실패한 글을 쓰느라 보낸 무모한 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집필 속도가 느려 고민이라는 이 작가는 “강아지와 인간 사이 눈물 나는 애정을 그린 소설을 쓰고 있다”며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아시아 여성이 쓴 디아스포라 소설이기에 받을 수 있는 관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껏 해온 것처럼 시간을 들여 증명할 겁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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