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 태양 ‘중력 평형’ 이루는 곳… 연료 소모 적어 우주탐사 최적[Science]
천체 잇는 5개 꼭짓점 중 하나
프랑스 수학자 라그랑주가 발견
L1 태양·L2 심우주 관측에 유리
L4, 중력적으로 가장 안정된 곳
태양풍 등 감지로 조기경보 역할
국내 선점땐 우주날씨 우선 관측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우주청은 개청과 함께 야심 차고 도전적인 우주개발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목표는 단연 2032년 달 착륙 계획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 ‘제4 라그랑주점(L4)’ 탐사 과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목표로 눈길을 끈다. 그야말로 도전적인 계획에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라그랑주점이란 무엇이며 L4 탐사는 왜 중요한지 알아본다.
◇라그랑주점이란=라그랑주점이란 두 천체 사이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루이 조제프 라그랑주가 최초 발견해 이름이 붙었다. 두 천체 사이엔 5개의 라그랑주점이 존재한다. 두 천체를 잇는 일직선상에 3개,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에 2개다. 우주청이 탐사하겠다고 밝힌 ‘L4’는 지구와 태양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2개의 꼭짓점 중 지구의 공전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을 가진 두 천체 사이라면 라그랑주점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지구 주변엔 지구-태양 사이에 5개, 지구-달 사이에 5개씩 총 10개의 라그랑주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어디에 있고 어떤 특징이 있나=라그랑주점에선 중력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에 이곳에 위성을 위치시킬 경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궤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관측·통신 등 한곳에서 오랜 기간 자리 잡아야 하는 인공위성을 위치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의미다.
L1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일직선상에서 두 천체 사이에 존재한다. 지구로부터 약 150만㎞ 거리에 위치하는데, 이는 지구-달거리의 약 4배에 달한다. 지구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방향에 있고, 다른 라그랑주점에 비해 비교적 지구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태양 관측에 유리하다. 이곳엔 나사(미 항공우주국)와 유럽우주국(ESA)이 보낸 위성 ‘소호(SOHO)’가 1995년부터 자리 잡아 태양을 관측하고 있다. 인도의 첫 태양 관측 탐사선인 ‘아디트야-L1(Aditya-L1)’도 최근 L1에 도착해 태양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이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내년에 발사 예정인 우주전파환경 관측 위성(SWFO-L1) 역시 태양 관측에 유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으로 향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이곳에서 태양에서 방출된 양성자, 전자 및 코로나 물질 등 태양 현상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계획이다. 2020년대 후반 예정된 태양물리학 연구 위성 ‘아이맵(IMAP)’, 소행성 탐지 위성 ‘네오 서베이어(NEO Surveyor)’도 모두 L1으로 날아간다.
반면 L2는 L1과 같은 선상에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다. 따라서 배면으로는 태양광 발전에 용이하면서도 전면으로는 태양광을 피해 심우주를 관측하는 데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L1이 태양계 중심 관측에 유리하다면 L2는 태양계 외부를 관측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얘기다. 지난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이곳에 있다. ESA는 지난해 8월 L2에 ‘암흑우주탐사기’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올렸고, 현재 관측 장비의 정렬이 완료돼 본격적인 관측 임무를 앞두고 있다. L3는 5개 라그랑주점 가운데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있다. 태양-지구 일직선상에서 태양 뒤편에 있으며, 지구로부터 약 3억㎞ 거리다. 거리가 워낙 멀어 현재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L4, ‘태양풍 관제소’ 역할에 적합=L4와 L5는 5개 라그랑주점 가운데 중력적으로 가장 안정된 위치로, 우주정거장이나 스페이스 콜로니 건설에 가장 적절한 위치로 평가된다. 다른 3개의 라그랑주점보다 중력 평형이 훨씬 안정적이어서 목성 라그랑주점 L4와 L5에는 우연히 그 위치를 지나가다 중력에 포획된 소행성이 1만 개 이상 발견돼 ‘트로이 소행성군’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지난 2021년 나사가 발사한 탐사선 ‘루시’는 오는 2027년을 목표로 목성 L4, 2033년에는 L5에 있는 트로이 소행성군을 탐사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지구-태양 L4는 지구의 공전방향이자 태양의 자전방향에 위치해 지구보다 한발 앞서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곳에 관측 위성을 보내면 L1이나 지구에서 태양을 관측하기 전에 태양 흑점 등 방사선이나 자기장 환경을 먼저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해 무선 통신망·위성 시스템 등 전자기기를 손상시키고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L4에서는 태양 자전 영향을 받아 지구로 향하는 태양풍이나 방사선을 먼저 감지할 수 있어 일종의 조기경보 역할을 하기에 최적이다.
게다가 L4는 아직 인류의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으로, 향후 달과 화성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태양 활동을 우선 관측할 수 있는 L4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L4 개발 경쟁은 ‘우주 날씨’의 일기예보를 누가 먼저 할지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주요국이나 스페이스X와 같은 선도적 기업들 사이에선 화성 유인탐사를 주요 목표로 꼽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오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사 역시 달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달에 거주할 사람을 보낸 뒤, 달을 중간 거점으로 삼아 화성 유인탐사를 한다는 ‘문 투 마스(Moon to Mars) 계획’까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착륙과 2045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주 관제실’로서의 L4가 더욱 중요하다.
한편, 우주청에 따르면 우주항공 임무본부의 부문장 인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임무본부 부문장은 도전적 과제에서 실질적인 중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4개 부문장 중 인공위성(2일)과 우주수송(16일)에 이어 지난 20일 항공혁신 부문장이 임명됐고, L4 탐사를 추진하는 우주과학탐사 부문장은 내달 중 선임될 예정이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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