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라 음식 자랑스러워”… 함께 요리하며 ‘마음 성장’[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유민우 기자 2024. 8. 21.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업 ‘다함께 쑥쑥 크는…’
다문화 가정 부모와 아이들
모국 음식만들기 경연 열어
가정 - 사회 식문화차이 이해
작년 다문화학생 18만 넘어
10월까지 상담기관도 운영
개인 맞춤형 심리치료 지원
이주배경아동과 부모가 지난달 6일 대전 대덕대 호텔외식조리과 조리실습실에서 열린 ‘안전한 가족요리 경연대회’에 참여해 모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우리 엄마 나라 음식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제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지 몰랐어요. 엄마와 함께해서 더 좋았어요.”

지난달 6일 대전 대덕대 호텔외식조리과 조리실습실에서는 이주배경아동과 부모들의 모국 음식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이날 열린 ‘안전한 가족요리 경연대회’는 가정과 사회에서 경험하는 식문화가 달라 혼란을 겪는 이주배경아동들을 위해 기획됐다. 대회는 아동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부모와 함께 모국 음식을 만들며 부모·자녀 관계를 향상시키고 혼자 있을 때 안전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북’ 개발을 목표로 진행됐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2024 초록우산 공모사업 지원으로 이주배경아동 심리·정서지원사업 ‘다 함께 쑥쑥 크는 지구촌 새싹들’을 지난 1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다 함께 쑥쑥 크는 지구촌 새싹들’은 맞춤형 심리지원사업을 통해 이주배경아동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운동회·가족요리 경연대회 등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과 부모 간 관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이주배경아동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청소년 인구(9~24세)는 782만4000명으로 1982년 정점을 찍고 감소 중인데 2060년까지 411만8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다문화 학생은 전년 대비 7.4%가 증가한 18만1000명으로 전체 학생의 3.5%를 차지한다. 이주배경아동들은 불안과 우울 등 심리·정서적인 불안정감 외에도 외국인이라는 배경으로 인한 언어, 학업, 대인관계 등 사회적 어려움이 중첩되면서 이중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 다문화 학생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심리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참여 지역아동센터 및 다문화센터 이주배경아동(112명) 및 보호자(89명)를 대상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기관은 지역사회 내 심리·상담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상담·놀이치료·미술치료 등 집단 및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주배경아동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이들은 비이주배경아동들과 함께 지내면서 차별, 언어소통, 또래 관계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더 위축되는 경우가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고 학교생활 및 사회적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한 참여 아동은 “부모님한테 말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렇게 터놓아서 좋았고, 또 선생님이 오시면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 저학년 아동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의 적응과 내면 성장에 필요한 교육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고학년 아동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 탐색과 진로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엔 대덕대 창성체육관에서 ‘다 함께 쑥쑥 크는 지구촌 새싹들’ 가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지개 운동회’가 열렸다. 이주배경아동 95명과 부모 및 보호자 69명, 기관 담당자 33명 등 총 22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아동과 부모 간 관계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홍팀과 청팀으로 나뉘어 단체전·학년전·대표전 등 다양한 게임에 참여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참여한 한 아버님은 내년에도 운동회를 하는지 물으시고 운동회 참여 후 센터에서 하는 다른 일정에도 협조가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참여 아동은 “무지개운동회 때는 아빠랑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오고 가는 길에 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얼굴을 보니까 더 친해진 것 같다”며 “운동회에서 게임할 때 아빠의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이주배경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및 가족관계향상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정부에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 정책 및 예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아동은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스스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이번 초록우산 공모사업 지원을 통해 이주배경아동의 어려움 등을 다시금 깨닫게 됐고 앞으로도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