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한 번꼴 ‘규모 8~9 동시다발’ 지진… 한국도 강력 쓰나미 위험 [Who, What, Why]
8일 미야자키서 규모 7.1 지진
일본, 대피로 · 식료품 비축 당부
30년내 대지진 70 ~ 80% 전망
가장 최근은 1946년 ‘규모 8.0’
일본 대지진, 제주도·남해에 영향
파도 0.5m까지 높아질 가능성
지난 8일 일본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뒤 일본 당국이 ‘난카이(南海) 트로프(해저 협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령하면서 난카이 대지진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대 지진 주의는 미야자키현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인 15일 해제됐지만, 일본 당국은 거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며 자국민들에게 앞으로도 대피 경로 확인 및 식료품 비축 등을 당부한 상태다. 또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난카이 대지진이 제주도 등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한국도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세기에 한 번꼴로 오는 규모 8∼9의 대지진… 일본 수도권 서쪽까지 영향권 =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난카이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靜岡)현 앞바다에서 시코쿠(四國)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필리핀 해판과 아무르판 사이 판 경계의 섭입 지대인 난카이 해곡은 깊이 4000m 해저에 위치해 있다. 이 난카이 해곡을 따라 일어난 대지진은 1944년 도난카이(東南海) 지진(규모 7.9)과 2년 뒤인 1946년 쇼와난카이(昭和南海) 지진(규모 8.0)이 마지막이다. 쇼와난카이 지진 당시 6.9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마지막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난 지 78년이 지난 만큼, 일본 정부는 난카이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대지진이 현실화하면 진원지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지역이 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32시간의 시차를 두고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1854년 발생한 난카이 대지진인 안세이도카이(安政東海) 지진(규모 8.6)이 일어나고 32시간 뒤 규모 8.7의 안세이난카이(安政南海)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규모 8∼9에 달하는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 이상이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해액은 최대 1410조 엔(약 1경29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 역대 최초 ‘거대 지진 주의’ 발령… 현재는 고비 넘겼다는 평가 = 미야자키현 지진 직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에 견줄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평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본 열도는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일본 기상청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새로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상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커졌다”면서 ‘거대 지진 주의’를 역대 최초로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기상청은 “특정 기간 중 대규모 지진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일주일 이내에 규모 8급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0.5%”라고 전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 임시 정보는 거대 지진 경계와 거대 지진 주의로 나뉘는데, 이번에 발령됐던 임시 정보 역시 피난을 권고하는 ‘거대 지진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거대 지진 주의’였다. 피난 장소와 경로를 확인하고 가구를 고정하며 물과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해 지진 발생에 대비하라는 주의다. 대상 지역은 도쿄(東京) 동북부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일본 열도 서남쪽 오키나와(沖繩) 까지 29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 지방자치단체)과 707개 시정촌(市町村·기초자치단체)이었다.
현재는 미야자키현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 거대 지진 주의가 해제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관련 이상 현상이 관측되지 않는다면서도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마쓰무라 요시후미(松村祥史) 방재상 역시 “평상시에도 대비를 계속해서 실시해 달라”고 말했다.
◇대지진 나면 제주·남해 쓰나미 등 한국도 영향 가능성 = 거대 지진 주의가 해제됐음에도 향후 난카이 해곡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제주도, 남해 등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강태섭 국립부경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6년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 연구진과 국제학술지 ‘어스, 플래닛스 앤드 스페이스’에 발표한 연구논문 ‘난카이 해구 지진 쓰나미의 한국 영향: 1707년 호에이(寶永) 대지진 수치 연구와 지진·물리기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에서 해당 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강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문헌과 일본의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제주도와 남해 일대에서 강력한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모 8.5∼8.8을 기준으로 연구진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제주도 남부의 파도 높이는 최대 0.5m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카이 대지진의 규모 9.0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와 남해에서 눈에 띄는 파도 높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 교수 연구팀은 해당 결과가 “1707년 발생한 난카이 대지진인 호에이 지진에 대한 일본 기록과 단층 운동 연구 내용, 탐라지 등 우리나라 고대 문헌 등을 참고해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결과”라며 “제주도 해안의 파도가 0.5m까지 높아지게 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어업 등 경제 활동은 방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 연구팀은 “한국과 규슈 사이에 해안 쓰나미 계측기를 설치하고 데이터 동화 분석을 사용한 기록 분석을 통해 한국 해안의 쓰나미 높이와 도착 시간을 예측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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