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청산 우려에 떠는 금융시장,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2024. 8.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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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엔 캐리… 美 연준 대응 여력 충분
[GettyImages]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 청산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금리 인하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본은행이 통화긴축에 나서면서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축소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7월 30~3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무담보 익일물 콜금리, 0∼0.1%)를 0.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2번째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장기국채 매입 규모 축소 계획도 동시에 발표했다. 현재 장기국채 매입액은 월 6조 엔(약 55조5500억 원) 수준으로 시장 동향이나 국채 수급 등에 따라 적절히 매입했으나, 향후 1~2년간 월간 국채 매입 예정액을 매분기 4000억 엔(약 3조7000억 원)씩 감액해 2026년 1∼3월에는 3조 엔(약 27조7700억 원)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엔 케리 트레이드 정확한 규모 추산 안 돼

현재 금융시장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향후 엔화 절상 압력이 커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도 그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일본계 자금이 다양한 경로로 세계 곳곳에 유입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엔화가 급격히 절상됐던 사례를 통해 주요 원인과 더불어 엔 캐리 트레이드 흐름과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엔화 절상 압력은 금융시장 불안과 동반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2022년 이후에는 엔화 약세와 뉴욕증시 흐름이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주가가 상승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좀 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일본의 해외 주식투자는 꾸준히 늘었고, 일본 가계의 해외금융자산 보유 잔액도 지난해 12월 말 81조4000억 엔(약 753조6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90조8000억 엔(약 840조64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 일본계 및 일본 소재 외국계 은행들의 해외 엔화 대출 잔액은 여느 국가들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된 2022년 초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지난해 말 이후에도 외국계 은행 일본 지점의 해외 엔화 대출이 늘어나 우려를 사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고금리 통화 자산을 매도하고 다시 엔화를 매수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엔화 가치를 높인다. 또 엔화 강세 압력에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약화되면서 청산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엔화의 급격한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을 VIX지수(공포지수), 캐리 트레이드 청산(투기적 순포지션: 대규모 비상업적 포지션 대비 순매수 또는 순매도 포지션의 합계), 미·일 금리차(2년물)로 설명한 바 있다(그래프1·2 참조). 과거 엔화의 급격한 절상은 대체로 금융시장 불안을 동반하면서 엔화의 비상업적(투기적) 순선물 포지션 축소로 이어졌다. 이에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8% 감소하면 첫 주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0.6% 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일본의 금리차, 즉 통화정책 변화도 엔화의 급격한 강세 요인임을 지적했다.

투자심리 위축 지속되면 부정적 파장 가능성

과거 금융시장 불안(VIX지수 변동성)이 대체로 엔화의 급격한 강세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흐름과 이에 대한 연준의 정책적 대응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부정적 파장도 클 수 있다. 또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엔화의 투기적 순포지션도 아직 매도 상태로, 시장 불안이 높아질 경우 추가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질 경우 연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대응을 단행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양적긴축(QT) 역시 조기에 중단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고 이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과거보다는 낮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엔화 강세에 대한 정책당국의 개입 여지를 언급하고 장기금리 급등 시 국채 매입액 증액 등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한 일본 금리 급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가격 전가를 가져올 우려가 있지만, 가계의 소득 환경 악화 및 소비 부진이 가격 전가 압력을 일부 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달러/엔 환율의 방향성에서 주요 변수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미 국채금리 흐름이 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적인 긴축 조치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기인하는데, 대외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고 실질 급여의 상승세 지속 여부 등 경기와 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폭은 올해 하반기에 더 확대될 수 있겠으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대폭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에 비춰 미·일 금리차 축소에 따른 급격한 엔화 강세 우려는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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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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