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약에 떼주는 마진 이정도였어?”…K제약 자체개발 신약 늘린다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8. 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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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타·로수젯·아모잘탄 등
독자 개발 의약품 매출 증가
신약 효과로 수익성 향상 기대
대웅, 자체개발약 비중 63%로
유한도 수입약 계속 줄여나가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5대 제약사들이 외국산 의약품 등을 들여와 판매한 ‘상품 매출’의 비중을 일제히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품 매출은 과거 국내 제약사들의 외형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판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마진이 줄고 다국적 제약사 등 다른 제약사의 배만 불려 준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자체 개발한 신약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보다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구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올 상반기 상품 매출은 2050억원으로 전체 매출(6221억원)의 33%를 기록했다. 지난해 38.3%(4679억원)에 달했던 상품 매출의 비중을 무려 5%포인트 넘게 줄인 것이다. 이 기간 직접 생산한 자체 개발 의약품을 판매해 올린 제품 매출의 비중이 56.2%에서 63.3%로 급증하면서 수입 의약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대웅제약이 신약 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된 나보타, 펙수클루 등 자체 개발한 3대 혁신 신약들의 성장세가 주효한 역할을 했다. 나보타는 지난해 1년 동안 140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902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 수준으로 뛰었다. 펙수클루는 올해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554억원)에 근접한 5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품 매출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상품을 매입해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 되파는 매출 형태를 의미한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주로 다국적 제약사의 약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 간 주력 제품 판매와 관련해 파트너 계약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통상 상품 매출은 손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해당 의약품을 유통하려는 제약사가 늘어날 경우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고, 새로운 계약에 따라 판권이 다른 국내 업체로 넘어가면 예측하기 힘은 매출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주요 제약사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상품 매출을 낮추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상품매출이 504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2.7%를 기록했다. 2021년만 해도 상품 매출의 비중이 60%에 육박했던 유한양행은 2022년 57.2%, 2023년 54.4%로 이를 꾸준히 낮추며 자체 개발 제품과 수입 제품의 매출 비중을 유사한 수준까지 맞췄다. 다만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513억원(매출 비중 5.3%), 트라젠타 434억원(4.5%)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483억원(5.0%) 등 외부에서 들여온 제품들 일부가 여전히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같은 기간 종근당과 GC녹십자도 상품 매출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42.6%에서 올 상반기 41.8%로, GC녹십자는 35.7%에서 35.5%로 감소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말 HK이노엔과의 케이캡 공동 판매가 종료되면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상품매출에 공백이 예상됐지만 지난 2분기부터 동일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를 공동판매하기로 하면서 상품매출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제약사 가운데 상품 매출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잘 알려진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477억원의 상품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6.4%에서 올 상반기 6.1%로 더 낮췄다. 한미약품 역시 자체 개발 제품 중 복합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이 매출을 꾸준히 뒷받침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입 의약품 판매는 눈에 띄는 신약이 없는 상황에서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로 여겨져왔다”며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 신약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상품 매출 의존도는 꾸준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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