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보다 좋은 견적" 전손 침수차 '수출금지' 무용지물…암암리 해외로

지난해 6월 11일부터 전손 침수차 수출 금지 시행
수출면장 발부기관인 관세청 침수차 여부 파악 못해

침수차(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경기=뉴스1) 양희문 기자 = 전손 침수차의 해외수출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로 팔린 침수차의 경우 도로에서 잦은 고장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0월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침수로 인한 전손처리 자동차 및 자동차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장치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지난해 6월 11일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에 따라 침수로 인한 전손처리 차 또는 자동차 장치 등 안전운행에 직접 관련된 장치를 수출하거나 수출업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 또 해당 차량은 모두 자동차해제재활용 업체를 통해 30일 이내 폐차해야 한다. 다만 분손 침수차는 계속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손 침수차의 수출은 여전히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엔 침수차 구매를 원한다는 중고차 업체의 관련 글이 잇따르고 있다. 폐차보다 수출이 좋은 견적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수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업체는 주로 자차보험에 미가입된 침수차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사가 전손 침수차를 인수해 폐차장으로 보내지만, 미가입된 차는 폐차장으로 직행하지 않아도 된다. 중고차 업체는 이런 차들을 인수해 해외로 넘기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자차보험 미가입 차의 경우 침수차 조회도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자차보험 가입률은 78.9%로 알려져 있다.

중고차 업계뿐만 아니라 폐차 업계에도 침수차 판매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험사로부터 넘겨받은 전손 침수차는 100% 폐차를 해야 하지만, 차량 말소 신고를 한 뒤 몰래 해외수출을 하고 있다. 폐차한 것처럼 속이고 해외로 넘기는 방식이다.

경기지역 한 폐차 업체 관계자 A 씨는 "침수차 해외 판매는 일부만 그러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며 "불법 행위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고차 수출 시 면장을 발부해 주는 기관인 관세청이 침수차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도난 차량의 해외 불법 수출을 막기 위해 경찰청의 도난 차량 전산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침수차 전산망은 활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 탓에 업체들이 침수차를 일반 중고차로 속여 수출한다고 해도 관세청은 알 수 없다.

정상 영업하는 폐차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청이 국토부가 운영하는 침수차 정보를 활용, 중고차 수출 시 침수 여부를 확인해 면장 발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을 신고 받을 때 침수차 여부는 알 수 없고, 차량 말소 여부만 확인하고 수출면장을 발급한다"며 "현재 시스템상 침수차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향후 국토부 침수차 정보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