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세계 1위 야닉 시너, 금지약물 양성반응에도 무징계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야닉 시너(23·이탈리아)가 두 차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출전 정지 처분을 피했다.
CNN은 “시너가 지난 3월 ATP 1000 신시내티 오픈에서 우승한 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금지 물질에 대해 두 차례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정지 처분을 받지 않았다”고 20일 전했다.
국제테니스윤리기구(ITIA)는 이날 성명에서 “시너가 지난 3월 인디언 웰스에서 채취된 샘플에서 저농도 클로스토볼이라는 합성 스테로이드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첫 테스트 8일 후 진행된 추가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시너는 “내 물리치료사로부터 의도하지 않은 오염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물리치료사가 자기 손가락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탈리아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적인 스프레이형 약품을 사용했고 장갑을 안 끼고 시너를 마사지하면서 금지 약물이 시너 몸에서 극소량 검출됐다는 게 골자다.
일반적으로 양성 반응 후 선수는 자동으로 임시 정지 처분을 받는다. CNN은 “ITIA 과학 전문가들이 시너의 설명을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며 “ITIA는 시너의 임시 정지 처분 철회 요청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먹은 게 아니라 스프레이형이라서 체내 검출량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극소량이었다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너가 경기를 계속 출전하게 된 데 대해 반대여론도 일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가 늦어지면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너의 트레이너가 구입한 제품군에는 대부분 도핑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명확하게 표시돼 있는 제품이라서 변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출전 정지 처분은 취소됐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시너가 인디언 웰스에서 거둔 성적, 상금, 랭킹 포인트는 박탈됐다. 시너가 이 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받은 상금 32만 5000달러, 400 랭킹 포인트를 모두 잃었다.
시너는 올해 ATP 투어에서 5차례 우승했다. 지난 1월 호주 오픈에서 자신의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도 차지했다. 그는 지난 6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 오픈에서 톱 시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너는 파리올림픽 직전 출전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도핑 검사 수준이 높은 올림픽에서 참가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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