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언급 있었나?…‘세관 마약수사 외압’ 청문회 쟁점 정리

우한솔 2024. 8.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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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시간 동안 이어졌던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의 인사 청문회. 당일 새로운 경찰청장의 자질과 자격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두 증인이 있었습니다. 조병노 경무관과 백해룡 경정입니다.

백 경정은 이날 영등포경찰서에서 마약 관련 사건을 수사하며, 세관원들을 봐달라는 취지의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영등포서장이 전화해 '용산', 즉 대통령실을 언급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불거진 '외압 의혹'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문회 소집 요청이 있었고 어제(20일) 열렸습니다.

청문회에서 나온 증언들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 정리했습니다.

백해룡 경정과 김찬수 총경


① '용산' 언급을 누가 했나?.."한 명은 위증"

어제 청문회에는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김찬수 당시 영등포서장이 출석해 공개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김찬수 총경은 현재 대통령실에 파견 근무 중입니다.

김찬수 총경이 백해룡 경정의 증언과 가장 대립하는 지점은 '용산', 즉 대통령실 언급 여부입니다.

지난해 9월 20일. 예정된 마약 수사 브리핑을 이틀 앞두고 백해룡 경정은 김찬수 총경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있었고, 이때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22일로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찬수 총경은 정반대로 '용산' 언급은 없었다고 반박합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진위를 밝힐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입니다. 서로 다른 주장만 있을 뿐입니다.

야당 측은 두 사람이 한 10월 말 통화를 근거로 과거 김찬수 총경이 용산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주장합니다. 공개된 두 사람 간 10월 말 녹취록을 보면, 백해룡 경정은 김찬수 총경에게 '서장님이 용산에서 알게 됐다고, 심각하다고 말해서 그때 상황을 알았다'고 했고, 김찬수 총경은 '그렇게 좀 너무 나가지 마시고. 일단은 보고를 계속해야지'라고 달랩니다. 즉각 무슨 말이냐며 반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역시 의혹 제기일뿐입니다.

② '수사 브리핑'은 왜 연기됐을까.

백해룡 경정은 당초 브리핑에 세관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김찬수 총경을 비롯한 지휘부에서 브리핑을 취소하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김찬수 총경은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20일 문제의 통화가 있기 전 백 경정에게 SNS로 보도자료 초안을 받았더니 1) 국내 총책 검거 시까지 엠바고가 협의된 사안이었으나 당시는 마약범들의 일방적 진술뿐이었고 2) 브리핑 이후 공항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해 사실상 증거 인멸을 돕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3) 당시까지는 상위 기관인 국가수사본부에 사건 보고도 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브리핑을 취소하라는 게 아니었고 보완을 거쳐 연기하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백 경정의 해석은 다릅니다. 9월 20일 김찬수 총경과의 통화 이전까지는 브리핑 준비와 관련해 어떠한 문제 제기나 지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역시 하나의 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기억이 매우 차이를 보이는 지점입니다.

백 경정은 문제의 통화가 있기 이틀 전인, 9월 18일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과 영등포서장, 과장들 간의 오찬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판단한 정확한 근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전 청장이 당시 자리에 대한 '보안'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광호 전 청장은 해당 자리는 당초 9월 8일부터 약속돼있었고, 마약 수사 보고를 받은 시점은 그 이후인 9월 11일이기 때문에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점심 자리였다고 반박했습니다.

③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은 왜 전화했을까?

브리핑이 10월로 연기된 이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이 백해룡 경정에게 사건 관련 문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혀 근무 연이 없던 경무관의 전화로 이른바 '외압' 의심도 더 강하게 산 것으로 보입니다.

조 경무관은 작년 10월 5일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브리핑에서 세관 내용을 뺀 것이 맞느냐'는 취지로 물었습니다.

조 경무관은 청문회에서 전화 취지를 "인천공항 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해 '사전에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은 마약 사건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은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백해룡 경정은 매우 당혹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동시에 사건에 대한 지휘 권한도 없는 직위이기도 합니다.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도 해당 전화가 부적절했다며, 조 경무관에 대해 인사상 좌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


■ '마약 수사'는 진행 중…경찰 지휘부 "직을 걸겠다"

사건의 서울경찰청 이첩 여부를 둘러싸고도 증인들 간 말이 엇갈렸습니다.

백해룡 경정은 마약 사건을 서울청으로 이첩하겠다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는 입장이고,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김봉식 서울청장은 "이첩 검토 지시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중요 사건인만큼 수사 주체를 어디로 하는 게 좋을지 검토하자는 취지였다는 겁니다.

사건 이첩은 이뤄지지 않았고 세관 관여 의혹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밖으로 인사 조치돼 해당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찰 지휘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국수본에서 한 번도 수사를 방해하거나 중지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도 외압 의혹을 부인하며, '직을 걸겠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또, '마약 사건 수사를 철저히 완수하고 국민 앞에 보고하겠다고 약 속하겠느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발언에 조지호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 분명하게 지휘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쟁점마다 증언과 기억은 엇갈리는데, 청문회에서도 이렇다 할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

백 경정의 고발로 해당 외압 의혹을 들여다 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위증'의 책임을 물게 될 '증인'이 확인될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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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솔 기자 (p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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