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직도, 우리는 양현종의 시대에 산다… 늘 푸른 소나무, 또 170이닝 향해 달린다

김태우 기자 2024. 8.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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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자들의 속출에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은 KIA 로테이션이지만,  양현종만은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또 버팀목 임무를 해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
▲ 양현종은 20일까지 시즌 23경기에 나가 139이닝을 던지면서 9승3패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국내 선수 중 2위, 이닝 소화는 단연 1위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즌은 토종 에이스 양현종(36)을 비롯,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로 로테이션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로테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흐트러졌다. 지금과는 꽤 큰 차이가 난다.

외국인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던 크로우는 5월 4일 한화와 경기를 끝으로 사라졌다.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으나 복귀를 앞둔 이의리에 기대가 몰렸다. 그러나 이의리 또한 복귀전이었던 5월 29일 NC전 이후 팔꿈치 수술을 결정했다. 단번에 선발 로테이션에 두 명의 선수가 빠졌다.

여기에 윤영철이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갔다. 크로우의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캠 알드레드는 포스트시즌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속에 에릭 라우어로 교체됐다. 말 그대로 시즌 내내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KIA 로테이션은 양현종, 네일, 라우어, 그리고 부상 공백 속에 합류한 황동하와 김도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동하 김도현이 분전하지 않았다면 로테이션이 붕괴되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선수가 있다. KIA 마운드의 늘 푸른 소나무인 양현종이 그 주인공이다. 10년 이상 KIA 선발진과 마운드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지켰던 양현종은 올해도 꾸준함이라는 자신의 최대 장기를 살려 분전하고 있다. 이제는 양현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양현종이 많은 이닝을 던져주길 기대하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양현종의 비중은 여전히 크다.

후배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양현종은 올해 특별한 부상 없이 묵묵하게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양현종은 20일까지 시즌 23경기에 나가 139이닝을 던지면서 9승3패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 중이다.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은 물론,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며 양현종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30대 중반의 선수지만 큰 노쇠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올 시즌 리그에서 6위고, 국내 선수로만 따졌을 때는 원태인(삼성·3.32)에 이어 2위다. 국내 선수 좌완으로는 단연 1위다. 이닝 소화도 전체 5위다. 그런데 1위부터 4위는 다 외국인 선수들이다. 곽빈(두산)이나 원태인(삼성)처럼 신체 능력이 정점에 올라 있는 뉴 에이스들보다 더 많이 던졌다. 23번의 선발 등판에서 13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4이닝을 못 던진 경기는 한 번도 없다. 5이닝 미만 소화 경기도 두 번인데 이마저도 모두 4⅔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에게 이닝은 자부심이다. 그만큼 부상 없이 꾸준하게 팀을 위해 던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메이저리그에서 뛴 2021년 제외)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그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부상만 없다면, 현재 투구 퀄리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송진우의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 경신이 눈앞에 다가온 양현종은 근래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10년 연속 170이닝 목표에도 도전한다. ⓒKIA타이거즈

170이닝까지 남은 이닝은 31이닝이다. KIA는 20일 현재 2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선발 5명이 순서대로 들어간다면 선수별로 5~6번 정도의 선발 등판을 하게 된다. 잔여경기 일정을 봐야겠지만 황동하나 김도현을 건너뛰고 양현종이 다시 선발로 들어가는 시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면 경기당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해 장담은 어렵지만, 6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면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살짝 넘기는 수준으로만 던지면 170이닝 도달이 가능하다.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근래 선발 투수의 이닝이 줄어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매 시즌 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양현종이 기록을 시작한 2014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동안 가장 많은 170이닝 소화 시즌을 보낸 선수는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맥스 슈어저(텍사스)인데 두 선수는 7시즌만 170이닝을 넘겼다. 양현종의 꾸준함을 실감할 수 있다. 21일 롯데전 선발로 예고된 양현종은 일단 송진우가 가지고 있는 KBO리그 역대 탈삼진 1위 기록(2048개)부터 경신에 들어간다. 양현종은 20일까지 2046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으로 3개만 더 잡으면 역대 1위로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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