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미가요 논란에 조선일보 기자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아침신문 솎아보기] 1면부터 3면까지 한일 협력 사례 보도 "친일·반일 편 가르기, 옛 틀 못 벗어난 소모적 정치 논쟁"
가계빚 1896조 역대 최대에 동아일보 "정부 '빚 내서 집 사라' 신호가 결정적"
중앙일보 칼럼 "언론보도 수사한다며 기자들 통신정보 접근, 언론 자유 침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조선일보가 21일 신문 1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선 반일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친일·반일 편 가르기는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한 소모적 정치 논쟁”이라고 했다. K-POP과 J-POP 등 문화, 기업활동 등에서 일본과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낡은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방송한 KBS 관련 비판을 두고도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부터 3면까지 세 면을 할애해 한국과 일본의 협력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1면 기사 <정치권의 '못난 反日'>에선 한국에서의 J-POP과 일본에서의 K-POP 인기, 한국과 일본 스타트업들 간의 파트너십 등을 언급하며 “민간에서 문화뿐 아니라 기업 활동, 연구·개발(R&D) 등 일본과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양국의 협력이 강화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민주당이 친일 행위를 옹호한 이들의 공직·공공기관 진출을 막고,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정치권에선 반일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친일·반일 편 가르기는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한 소모적 정치 논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진 2면 기사 <한국 스타트업은 열도로…일본 첨단기업은 한반도로>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이 탄력을 받았고, 일본 첨단 기술 기업들은 한국에 연구·개발 센터와 공장을 건설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관련 사례들을 열거했다. 3면 기사 <사라진 문화 국경…일본 사로잡은 K팝 이어, J팝도 한국서 열풍>에선 “K팝이 일본을 석권한 데 이어 J팝이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며 “두 나라 사이 '문화국경'은 이미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국에서의 일본 맥주, 일본 여행, 일본 애니메이션 인기를 언급하는 기사도 함께 보도됐다.
기자수첩에선 KBS의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 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현 국제부 기자는 기자수첩 <공영방송에 “동해바다~” 노래 나와도 日선 아무말 없었다>에서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으로 시작하는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교가가 나왔지만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이를 광복절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를 방송한 KBS 관련 거센 비판과 비교했다.
KBS는 광복절 당일인 지난 15일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공연(오페라 '나비부인') 영상 송출, 광복절 경축식을 앞둔 일기예보 배경화면에 태극기 좌우가 뒤집힌 이미지 사용, 이승만 친일·독재 미화 다큐멘터리 방영 등으로 비판 받았다.
김동현 기자는 “광복절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를 튼 KBS의 무신경함도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유럽 거장의 대표적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잠시 나온다고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 기자는 “한국 경제수준이 이미 일본을 따라잡았고, 무엇보다 문화적으론 일본을 앞질렀다는 세계의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 파문을 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대표까지 '국민의 마음'을 강조한 것은 김 차장의 발언이 일본 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반 국민의 눈에 비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그간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과 그를 통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과 한편으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왜곡하는 망언들이 되풀이됐다. 아베 신조 정권 때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 했고, 이후 검정 교과서에서도 관련 내용이 하나둘씩 삭제됐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본 과거사 언급이 빠진 것을 놓고 여당 내에서도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대통령 핵심 참모가 '일본 마음' '피로감' 운운까지 하니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과거사 문제쯤은 묻어둘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런 발언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행보를 오히려 힘들게 할 뿐이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란 말은 우리 국민이 아니라 일본을 향해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며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가계빚 1896조 역대 최대에 동아일보 “정부 '빚내서 집 사라' 신호가 결정적”
최근 3개월(4~6월) 만에 가계빚이 14조 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빚이 1900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말보다 13조8000억 원 늘어난 수치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신문들은 가계빚 급증은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택담보대출 상승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가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수십조 원을 풀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준 게 결정적이었다”며 “7월 시행하려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2개월 미루는 바람에 막차 대출 수요가 몰려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은 2021년 8월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먼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시작했는데도 3년 사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는 주요 44개국 중 6위에서 4위로 높아져 부채 축소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렇게 과중해진 가계빚은 두고두고 내수 회복,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국민들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조바심을 느끼게 만든 정부의 정책 실패가 뼈아픈 이유”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뒤늦게 수도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20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서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는 스트레스 금리를 애초 적용하기로 했던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금융당국의 이번 조처는 '8·8 공급대책' 발표, 정책대출 금리 인상,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향 조정 유도 등 정부가 이달 들어 시행한 일련의 정책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들 조처만으로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빚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길이 많다. 무엇보다 향후 집값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금융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향후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규제 등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대출총량규제 등도 검토 대상에서 배제해선 안 될 것이다. 스트레스 디에스알 2단계 연기, 정책대출 금리 인상 지연 등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빚 증가를 막는 데 실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 이상의 늦장 대처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앙일보 칼럼 “언론보도 수사한다며 기자들 통신정보 접근, 언론 자유 침해”
중앙일보가 칼럼을 통해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한 검찰의 대규모 통신조회를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가 언론인, 정치인 등의 통신이용자정보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사실이 사후 문자 통지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통신조회 규모가 수천 명이라는 보도부터 그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조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효식 중앙일보 사회부장은 '정효식의 시시각각' 칼럼 <기자 취재원 엿보려는 나라>에서 지난 2021년 언론인과 민간인 등을 상대로 무더기 통신조회를 해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언급하며 “(당시) 사회1팀장이던 기자는 칼럼으로 '권력 부패를 뿌리 뽑으라고 설립한 공수처가 거꾸로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 고검장의 특혜·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무차별 사찰한 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정 부장은 “그런데 3년 만에 또다시 무더기 통신조회 논란이 벌어졌다”며 “뭐에 좋다고 정권이 바뀌어도 똑같은 사찰 논란을 반복하는가. 2023년 한 해 수사기관은 전화번호 463만 개의 통신조회, 51만 개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조회를 했다. 도·감청이 아닌 '합법'이라고 해도 광범위한 통신검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은 이어 “언론 보도를 수사한다며 기자들의 통신정보에 무시로 접근하는 건 언론의 자유 침해다. 나아가 권력자나 정치 진영의 유불리로 언론 보도를 재단하고 압박하려는 시도는 위헌적 검열”이라며 “제임스 매디슨은 1789년 미국 수정헌법 초안으로 '표현의 자유는 박탈되거나 축소돼선 안 되며, 자유의 위대한 보루인 언론의 자유는 불가침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45년 8·15 광복의 소중한 의미도 그 자유를 갖게 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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