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접지하라" 맨발, 만능인가?

윤성중 2024. 8. 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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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싱, 효과 있나?
운동 측면에서 접근 바람직
난치병 치료 의학적 규명 안 돼

"비만 학생 체질 개선 효과" 논문 눈길
어싱 제품 피해 사례도 많아져

맨발걷기의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2020년 즈음부터 서서히 달아오른 이 유행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슈다. 전기 설비 용어인 어싱earthin이라는 말이 '지구와의 접지'를 뜻하는 용어로 바뀐 다음, 맨발걷기와 상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신발 벗고 걷기만 하면 암이 고쳐지고, 피부가 좋아지며, 살이 빠진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여러 지자체에선 맨발걷기용 산책로를 급하게 신설하고 있다. 이른바 '맨발 만능' 시대다.

맨발걷기, 어싱이 효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논쟁이 있어 왔다. 지금도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어싱은 몸 속 활성산소가 가진 양+전하가 땅에서 나오는 음-전하와 만나면서 중화되는 효과를 이론으로 내세운다. 이것이 근본적인 '치료'라고 본다. 이 이론에 관해 많은 의사와 과학자 등 전문가가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원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맨발걷기와 어싱 관련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만 하면 효과를 봤다는 댓글이 우수수 달린다.

전문가들도 맨발걷기의 효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걷기 운동은 유산소 운동으로 혈압과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관절의 가동 범위도 넓힌다.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또 맨발로 걸을 경우 발바닥 신경을 통해 다양한 자극이 몸에 전달되면서 혈액순환과 두뇌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맨발로 걸을 경우 신발을 신고 걸으면 근육의 움직임이 많아 운동량도 늘어나게 된다.

2020년 경북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 '남자 비만 중학생의 맨발 걷기와 일반 걷기의 운동 효과 분석'에 따르면 맨발걷기는 운동 형태와 강도가 동일할 때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며, 비만이나 대사질환 등 주요 건강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대구 G중학교 1학년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학생 26명 중 13명은 맨발로, 나머지 13명은 운동화를 신고 각각 12주 동안 걷기 운동을 실시했는데, 맨발 그룹이 운동화 그룹보다 체질량지수, 체지방, 체지방률, 복부둘레가 감소했고 골격근량과 근육량은 증가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맨발걷기 관련 영상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맨발걷기 혹은 어싱에 관한 과도한 맹신이다. 이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어싱 관련 피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어싱에 빠진 한 60대 남성은 집에서도 어싱 효과를 얻기 위해 어싱 매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구매자의 집이 비접지 건물임을 강조하면서 은으로 된 고가의 접지선을 추가 구매 후 설치까지 해야 한다고 속였다. 남성은 결국 비싼 가격에 어싱 매트를 구매했다. 남성은 이후 집에서 특별한 어싱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억울해 했다.

또 암 환자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엔 '어싱'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는 게시물이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환자에게 어싱 매트, 어싱 패드, 어싱 밴드 등을 홍보하면서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현혹시키는 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업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에게 독이라면서 어싱이 들어간 단어는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맨발걷기나 어싱은 운동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라톤 대회와 트레일러닝 대회 등에 수차례 출전한 경력이 있는 한 정형외과 의사는 "맨발걷기는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분전환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라면서 "아프리카 원시 부족처럼 태어나자마자 맨발로 다닌 사람이 아닌 이상 맨발로 장시간 걷는 것은 힘들다. 1시간 동안 맨발로 걸으면서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화를 신고 10시간을 걷고 뛰는 것이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을지로정형외과 전상호 원장도 맨발걷기, 어싱의 효과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여름 휴가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다수가 휴가지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다친 경우다. 비교적 관리가 잘된 해변 등지에서도 사고가 일어나는데 지면이 고르지 않은 산 속에서 맨발로 장시간 걷는다면 발에 부상을 입을 확률이 매우 크다. 어싱으로 인한 효과를 보기 전에 발을 다쳐서 병원을 찾는 횟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면서 우려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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