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SON의 슬기로운 재활치료] ‘스포츠 뇌진탕’은 스포츠와 레저의 가장 무서운 적

2024. 8.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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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많은 부상 가운데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 머리를 다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 중 머리를 다치는 ‘스포츠 뇌진탕’은 신체 활동뿐 아니라 정신 활동마저 영향을 주는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몸싸움이 많은 축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럭비 등의 경기들을 보면 머리를 다친 선수들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꼭 몸싸움 때문이 아니더라도 ‘스포츠 뇌진탕’을 겪은 선수들 가운데는 다시는 운동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2년 미국 고교 여자배구 선수는 상대 선수의 공격에 얼굴을 맞아 뇌진탕을 겪었다. 1년이 지나도 완전 회복이 되지 않았다. 결국 배구를 그만뒀다. 시력 손상, 신체 부분마비, 계속되는 두통과 불안·초조감, 학습 장애 등 후유증은 컸다.

■여성이 더 많은 뇌진탕을 겪는다

그러나 스포츠 뇌진탕은 선수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조기축구회, 농구동아리 등 각종 동호회에서 스포츠나 레저 활동을 즐기다가 다친다.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다보면 발생할 수 있다. 청소년보다는 성인이, 남성 운동선수들보다 여성 운동선수들이 더 많은 뇌진탕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60만~380만 건의 ‘스포츠 뇌진탕’이 경쟁 스포츠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활동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실제 일어나는 ‘스포츠 뇌진탕’의 절반가량은 보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드시 선수들에게만 일어나는 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뇌진탕은 외상에 의해 뇌가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뇌 손상을 말한다. 뇌출혈과 같은 구조적인 손상이 아닌 증상으로 나타나는 기능적인 손상만 있는 것을 의미한다. 뇌는 두개골(머리뼈)과 두개골 내 뇌척수액에 의해서 보호된다. 그러나 머리에 큰 충격을 받게 되면 보호 장치에도 불구하고 뇌까지 충격이 전달된다. 이 때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뇌진탕이 발생한 순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멍해지거나 둔해지는 상태, 말이 느려지거나 어눌해짐, 균형 감각 저하, 기억 상실, 복시(사물이 겹쳐서 보임), 짧은 시간 동안의 의식소실 등이 있다. 두통, 기억력 저하, 수면장애, 피로, 기분 변화 등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단발성 뇌진탕은 대부분 일시적 증상들을 보이는 데 그친다. 하지만, 반복으로 뇌진탕을 겪는 경우에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이라고 하는 영구적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신경 손상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 판단력 등 인지력 저하, 우울증 등 성격과 기분 변화, 파킨슨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뇌진탕 자체를 주의해야 하지만, 거듭되는 부상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스포츠 뇌진탕’은 다시는 운동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

스포츠 뇌진탕은 시합 중 머리를 상대방의 신체 부위와 부딪혀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축구에서 공중 볼을 다투거나 농구에서 리바운드를 서로 잡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다친다. 강한 슈팅으로 날아오는 축구공, 헤딩할 때 공중볼, 투수가 던진 야구공, 스틱 등 장비 등에 머리를 맞거나 경기장 바닥이나 지면, 골대 등 경기장 구조물에 머리가 부딪혀서 생길 수도 있다. 접촉 스포츠는 아니지만 산악자전거를 즐기다 넘어져 땅바닥에 부딪치는 경우도 가능하다. 몸에 가해진 충격으로 머리가 심하게 흔들려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 미식축구, 럭비 등 접촉 스포츠 선수들은 5명 중 1명꼴로 시즌 중에 뇌진탕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나 레저 활동은 뇌진탕 가능성을 안고 있다.

스포츠 뇌진탕이 발생하거나 의심되면 의료진은 선수의 의식 상태와 뇌 기능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문진 및 신체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뇌진탕 중에 경기 등을 계속하면 추가 부상 위험이 크다. 증상에 따라서는 머리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 등이 필요하다. 의식 저하, 경련, 마비 등 응급 증상을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이후 경기나 레저 활동 복귀는 철저한 점검과 충분한 재활운동 등 엄격한 회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섣부르게 다시 운동을 할 경우 영원히 운동을 못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한 불편이나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스포츠 뇌진탕이 다른 뇌진탕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운동 중에 뇌진탕을 한 번 겪으면 추가 뇌진탕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번 경험을 했더라도 큰 증상이 없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섣불리 시합에 나섰다가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구라도 스포츠 뇌진탕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나 레저를 즐기는 한 뇌진탕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령 자전거를 탈 때에는 어떤 경우라도 헬멧 쓰는 것을 습관화하는 등 예방 조치가 필수다.

미국 스포츠계는 선수·코치진·트레이너의 뇌진탕 교육, 뇌진탕을 당한 선수의 교체와 해당 경기로의 복귀 금지, 복귀 전 단계적 훈련과 점검 등을 골자로 한 ‘뇌진탕 프로토콜’이 제도적으로 도입되었고 점점 강조되고 있다. 한국에도 스포츠 뇌진탕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정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손영석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학교 재활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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