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MZ세대, 대북확성기에 홀렸나...20대 北하사, 군복 입고 걸어서 귀순

김인한 기자 2024. 8. 2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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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북한 MZ세대,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는 분위기 있어…확성기 방송 영향 상당할 것"

대북확성기 통했나…북한군 하사 1명, 고성 휴전선 넘어 '귀순'

북한군 1명이 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 귀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마을에서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북한군 1명이 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 귀순했다. 북한군이 넘어온 지역은 지뢰매설 등 북한군이 작업을 진행했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20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 하사로 추정되는 인원 1명이 이날 이른 새벽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육군 22사단 작전 구역으로 넘어왔고 귀순 의사를 밝혔다.

군 관계자는 "우리군은 오늘 동부전선에서 북한 인원으로 추정되는 1명의 신원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인계했다"며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에 대해선 현재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날 MDL 이북에서부터 귀순하려는 북한군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정상적인 유도 작전을 실시했다고 한다. 귀순한 북한군은 최근 우리 군이 실시하고 있는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지역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귀순은 지난 8일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지 불과 12일 만이다. 당시 귀순한 주민은 교동도 인근 갯벌에 물이 일부 차 있을 땐 헤엄쳐 남하했고 물이 빠진 뒤부터 걸어서 들어왔다고 한다.


"지옥 탈출하라" 확성기 효과?…이달 북한 주민이어 군인까지 '귀순'
북한군과 주민이 최근 보름 사이 남북 접경지역을 넘어 귀순한 것을 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측 초소(왼쪽)에 설치된 대북확성기(오른쪽)를 통해 대북방송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북한 주민과 군인이 최근 보름 사이 남북 접경지역을 넘어 잇따라 귀순한 것을 두고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성기 방송은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 뉴스와 K팝과 같은 한류 문화 등으로 구성된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 북한 접경지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남북 접경지역 인근 대북 확성기 방송 효과'에 대해 "최근 장마당 세대인 이른바 북한판 MZ세대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고 자신들의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그런 세대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 1명은 이날 새벽 강원도 고성군 MDL을 넘어 귀순했다. 이번에 북한군이 넘어온 지역은 최근 북한이 지뢰 매설과 불모지 작업 등을 진행해 온 구역이다. 지뢰 매설 중 폭발 사고도 있었던 만큼 관련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귀순한 북한군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계급은 하사이고 나이는 20대로 알려졌다.

고 원장은 "북한에서 휴전선 인근 부대는 중산층 이상 자녀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남한에 동요할 계층이나 김정은 정권에 적대심을 가진 계층은 가지 못하는 곳이어서 북한군 핵심 전력이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북한군이 귀순했다면 북한 지도부로선 타격이 클 것"이라며 "사상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처음엔 방송을 믿지 않다가 북한군 지뢰 매설 사망사고 등 아는 소식을 접하면서 믿기 시작하고 내부 동요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 1명이 20일 새벽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구역을 통해 도보로 귀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 1명이 귀순한 지 12일 만이다. / 그래픽=뉴스1


우리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최전방 전선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전면 재개했다. 방송은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간의 방송에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한국행, 방탄소년단(BTS)의 파리올림픽 성화 봉송,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군을 향해선 "지옥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도 송출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저녁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과 달리 한국의 소식을 접하면서 심리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우리 군은 지난달 17일 남북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이 야지에 앉아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열악한 복무여건 등을 포착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며 "북한군이 방송을 지속적으로 듣다보면 남한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신들이 알던 체제에 회의를 느끼면서 귀순까지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북한군 탈북과 관련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하는 군인 숫자가 늘어난다면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판 MZ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당과 수령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배급체계 붕괴로 북한 주민들은 종합시장인 장마당을 떠돌아다니며 각자도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MZ세대들은 각자도생하며 공정한 경쟁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전 세대보다 크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과 재개 일지.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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