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열폭주 진압, 스프링클러만으론 한계"

박한나 2024. 8.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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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 위험·작동 지연 등 강조
서울 용산구가 전기차 화재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지역 내 공영주차장 12곳에 질식소화 덮개와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기 등 소화장치를 설치한 모습. 연합뉴스.

제진주 전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전기차의 화재 제어에 스프링클러가 효과적이지만, 습식 스프링클러의 동파 위험과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의 작동 지연의 단점을 강조했다.

스프링클러 의무화도 필요하지만 방화벽 등 추가적인 구조물 설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 전 교수는 2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휘발유가 한 컵이든, 한 드럼이든 발화의 발생 확률이 같은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가 충전이 덜 되든 과충전이든 화재가 발생하는 위험성은 같다"며 "다만 양이 많으면 통제가 힘든 것"이라고 밝혔다.

제 전 교수는 "화재를 제어할 때 내연기관차보다 상대적으로 전기차가 힘들다"며 "전기차는 화재 제어가 힘든 만큼 예방 방법도 중요하지만 진압 방법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 전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처음 불이 붙은 차에서 인접한 차로 화재가 확산하는 데 대략 1분에서 1분30초가 소요된다"며 "이때 소방차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7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소방차가 일찍 도착해도 최소 5대까지 옆으로 연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제 전 교수는 "배터리 셀 외부로 유출되는 물질로 불이 났을 때는 스프링클러 등 물로 통제가 되지만 열폭주는 목욕탕 욕조처럼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며 "스프링클러는 차 위로 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차 아래에 있는 배터리 셀 내부까지 충분히 닿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프링클러가 화재 진압에 매우 효과적인 소방시설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단점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습식 스프링클러'와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둘 다 화재를 즉시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전 교수는 "습식 스프링클러는 파이프 내부가 물로 가득 차 있고 열에 반응하는 퓨즈 메탈(열에 녹는 금속)이 장착된 스프링클러 헤드를 사용한다"며 "이 퓨즈 메탈이 열을 감지하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물이 스프링클러 헤드를 통해 즉각 분사돼 화재 진압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습식 스프링클러는 추운 겨울에는 파이프 내부의 물이 얼어 붙어서 물이 안 나온다"며 "정작 겨울에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데 진압이 안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역시 지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국내 주차장과 같이 난방이 제공되지 않는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준비 작동식은 습식과 달리 파이프 내부에 물이 항상 차 있지 않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만 물이 스프링클러 시스템으로 주입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는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파이프 내부에 물 대신 공기로 채워져 있다"며 "장점은 추운 환경에서 파이프가 얼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지만, 물이 도달하기 전에 파이프 내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야 해 실제로 물이 분사되기까지 상당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연이 심할 경우 최대 10분까지도 걸린다"며 "사람들이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잘못 인식하는 이유기도 한데, 고장 나지 않았음에도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고 나서야 물이 분사되기 때문에 정상 작동 중임에도 화재를 즉시 통제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스프링클러 설치뿐 아니라 추가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전용칸을 따로 만들고 바닥에 낮은 방화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가 옆 차로 쉽게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 차량 주변에 약 30cm 높이의 낮은 방화벽을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낮은 방화벽은 옆 차로 빠르게 화재가 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방화벽 위에 방수포를 씌워 추가적인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쉽기 때문에 실제 화재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는 차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화방법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물이나 다른 소화 약제를 배터리 셀에 직접 도달시키기도 어려워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한데 차량 앞 뒤에 방지턱처럼 낮은 '턱'을 설치하면 주차 공간 내에 소화수조처럼 물을 채우는 것이 가능해져 화재 진압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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