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방청하려면 하루 전 신청하라? 퇴보하는 나주시의회

운영위 회의서 '나주시의회 회의규칙' 개정
'방청 신청은 쉽게' 국민권익위 권고도 역행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의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려면 하루 전 신청하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에 '지방의회 의사 공개 활성화 방안'을 권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행태로 비난의 대상에 오른 지방의회가 있다. 장본인은 바로 전남 나주시의회다.

나주시의회는 8월 초 의회운영위원회를 열어 '나주시의회 회의 규칙' 개정을 의결했다.

개정된 규칙은 26일 개회하는 제263회 임시회에서 개정발의를 거쳐 통과될 예정이고, 통과 즉시 시행된다.

의회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강정 시의원이 발의한 규칙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규칙 제74조(방청허가)다.

신설된 조항은 △본회의 방청 허가는 의장이, 위원회 회의 방청 허가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이 한다 △회의를 방청하려는 사람은 별지 서식에 따른 방청신청서를 작성해 회의 개의일 전날까지 의장 또는 소관 위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방청의 허가통지는 서면 또는 구두로 한다 △그밖의 방청에 관한 사항은 의장이 따로 정한다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개악으로 꼽히는 부분은 '방청신청서를 회의 전날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회의 방청 관련해 현행 규칙에는 △의장은 방청권을 발행해 방청을 허가한다 △방청석은 일반석과 기자석을 구분한다. 이 경우 의장은 방청을 허가받은 장애인 등을 위한 방청석을 별도로 지정해야 한다 등을 담고 있다.

규칙이 개정되면 의회 방청을 원할 경우 회의 하루 전 의회를 직접 찾아 방청 신청서를 제출한 뒤 허가를 받고 다음날 다시 의회를 찾아 회의를 방청해야 한다.

해당 안건이 상정되면서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퇴행하는 조치라며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표결로 의결됐다.

조례의 하위개념인 규칙은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본회의 의결절차 없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2일 243개 지방의회에 '지방의회 의사 공개 활성화 방안'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주시의회는 오히려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의회 안팎에서는 '퇴행적이다', '퇴보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권익위는 공문에서 '방청 신청은 쉽게, 회의록 공개 시기는 명확하게, 회의 영상은 언제든 볼 수 있게' 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사회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민권익위는 유선, 온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방청 신청을 받아 주민에게 방청 가능 여부를 사전에 알리도록 해 주민이 지방의회에 헛걸음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방청 제한 시에는 그 사유와 근거를 고지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방청 절차를 개선하도록 했다.

아울러 회의록 공개기한을 지방의회의 회의규칙 등에 규정하고, 공개 시점을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지하도록 해 주민이 회의록 공개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도록 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김강정 시의원은 20일 "최근 의회에서 잦은 소란이 있어서 회의 방청을 좀 더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있어서 규칙개정을 발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의 공문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실무진과 협의해 권익위 권고에 맞춰 규칙을 다시 손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