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면 귀걸이? 한화 RSU…'노사갈등' 뇌관으로
한화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가 계열사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RSU 지급 기준이 원인으로 보인다. 앞서 오너가에 대한 RSU 지급 관련, 성과 달성 조건이 명확치 않다는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RSU가 그룹 임직원 성과보상 체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모양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RSU 지급'(이하 RSU 300%)과 관련한 한화오션의 노사 갈등이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해 5월 실무협의체를 통해 '2023년 경영 실적에 따라 사측은 노조에게 RSU 300%를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3년 간의 의무 보유 기간을 갖고 150%는 주식으로, 나머지 150%는 주식 가격에 연동한 현금으로 올해 2월 지급한다는 게 합의의 핵심이었다.
한화가 2020년 단기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RSU는 성과를 보상하기 위해 5~10년이 지나 회사 주식과 주가연동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연말, 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가 단기적인 미래의 성과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보상체계라면 RSU는 장기적 미래에 달성되는 성과의 크기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그룹이 지난해 5월 인수 완료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도 이 같은 보상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한화오션의 RSU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된 건 작년 합의 기한인 올해 2월에 RSU 300%가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 사항 문구 중 '경영 실적'에 대한 양측 해석이 달라 사측은 RSU를 주지 않았고, 노조는 사측이 약속대로 RSU를 주지 않는다고 맞서는 형국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단 합의 문구상 '경영 실적'이 '매출 목표'라는 점엔 양측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합의 당시 사측이 매출 목표가 유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한화오션 정규직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경영 상황에 따라 매출목표는 조정될 수 있다는 사측 설명을 들었고, 당시 경영 전망도 좋지 못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 관계자는 "매출 목표는 정해져 있었고, 목표 달성이 안 돼 RSU를 안 준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진실 게임으로 치닫고 있지만 관련 합의가 진행된 지난해 1~5월 상황을 감안하면 RSU 지급 기준이 실제로 명확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화의 한화오션 인수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당시, 양측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인수에 따른 격려금 지급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사측이 격려금을 준 사례가 없는 한화그룹 타 계열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성과급 형식의 RSU 지급이 모양새가 좋다는 제안을 노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노조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경영실적에 대한 해석이 엇갈릴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호성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RSU 수령 기준에 대한 논란도 야기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에서 RSU를 받는데, 성과 달성 조건은 정해진 게 없다. '대상자 고의의 중대한 손실 또는 책임이 발생한 경우'만 없으면 10년 뒤 지급된다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장기적 미래 성과달성에 연동된 보상이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이를 놓고 사실상 주식으로 주는 고정급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 RSU를 수령하는 계열사에는 성과 달성 조건이 없지만, 한화오션에서는 연간 매출목표 조건이 달려 사실상 기존 성과급과 비슷하게 보상체계가 작동하는 셈"이라며 "보상체계의 계열사 간 일관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RSU 지급 요건 제한이 핵심인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화를 시작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RSU는 명시적 법적 규정이 없다보니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한화오션의 사례처럼) 약정 조건 상의 문구를 둘러싸고 노사간 대립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계속된다"며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조속히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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