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세계1위'의 그림자

임동욱 기자 2024. 8. 21. 06: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30%선이 깨졌다.

그러나 '세계 1위' 타이틀 수성에 축배를 들기엔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지난 5월 서울 강남의 한 프리미엄 쇼핑몰 한복판. 대형 TV 몇 대가 놓였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제품이 아니었다. 중국 최대 TV기업 TCL이 지난 6월까지 한달 간 팝업스토어를 열고 115인치, 98인치 미니 LED TV를 전시했던 것이다. 115인치는 현재 양산 중인 TV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다. 미니 LED TV는 백라이트에 LED를 사용한 LCD TV다. OLED TV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된다.

'저가', '가성비'를 앞세웠던 TCL이 달라진 면모를 삼성·LG의 안방에서 드러내려 한 것이다. 세계 최대 크기의 프리미엄 TV 신제품을 가지고,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여기엔 '중·저가 시장 뿐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도 우리가 차지하겠다'는 도발적 메시지가 담겼다.

글로벌 TV시장에서 '투 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힘은 강력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시장에서 매출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45.4%에 달했다. 전 세계 TV시장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 기업이 차지한 셈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세계 TV시장 매출 1,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상반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50.0%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48.9% △2023년 47.4% 등 매년 하락하고 있다.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30%선이 깨졌다. LG전자는 10%대 점유율에 머무르며 수년째 정체 상태다.

같은 기간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는 그야말로 '약진'했다. 2020년 점유율 7.4%에 불과했던 TCL은 2023년 10.2%, 올해 12.1%를 기록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2020년 6.0%에서 올해 10.0%까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들 '중국 투 톱'의 합산 점유율은 22.1%로, 1위 삼성전자(28.8%)와 6.7%포인트 차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상반기 매출 점유율 기준, 2020년 이후 TCL과 하이센스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3%에 달했다. 우리 기업들이 정체된 모습을 보일 때 중국 기업들은 무섭게 성장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 뒤 글로벌 시장의 판도는 현재와 판이하게 달라져 있을게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2006년 3월 와인잔을 떠올리게 하는 곡선형 모서리의 파격적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출시했다. 'TV는 네모 모양이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깬 이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100만대 넘게 팔렸다. 같은 해 삼성전자는 '전자 왕국' 소니를 잡고 세계 TV시장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올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19년 연속 1위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당장 왕좌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1위' 타이틀 수성에 축배를 들기엔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삼성이 소니를 제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혁신으로 오른 자리를 지킬 방법은 또다른 혁신 뿐이다.

임동욱 /사진=임동욱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