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참전용사 공간?…광화문광장에 미련 못 버린 오세훈 시장
‘100m 대형 태극기’ 논란 일자
서울시, 시민 제안 522건 접수
국가상징공간 반대 의견 40%
“자유·평화 상징 공간 검토”
의견 수렴 후 9월 설계 공모
“국가주의적” 비판 계속될 듯
100m 높이 대형 태극기가 추진돼 논란이 컸던 광화문광장에 6·25전쟁 참전용사 등을 기리는 국가상징공간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태극기’ 논란에서 보듯 국가주의적 설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여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의견을 수렴한 결과 총 522건의 시민 제안이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대형 태극기 조형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가 상징조형은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안에 참여한 시민 중 59%(308건)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찬성했다. 40%(210건)는 반대했다. ‘광화문광장을 비워야 한다’거나 ‘이미 국기 게양대가 있고, 세종대왕상 등 기존 상징물로 역사성은 충분하다’ ‘국가상징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의견을 낸 경우를 반대표로 포함한 수치다.
공간에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41%)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무궁화와 나라 문장·국새가 뒤를 이었다. 애국가·훈민정음·소나무·6·25전쟁 참전국가의 국기 등도 제안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광화문광장에 자유·평화 등의 가치를 주제로 한 상징조형물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세계 22개국 장병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을 만들어 6·25뿐 아니라 국경일·기념일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해당 22개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이 뛰노는 광화문광장에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평화를 상징하는 국가 상징조형물을 설치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참전용사들이 지켜낸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한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설계 공모를 추진한다. 이어 연말까지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해 2025년 5월 착공, 9월 준공을 하는 게 목표다. 시민 아이디어로 가장 많이 제안된 태극기가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 열린공간에 이런 상징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국가주의·전체주의를 떠올리는 구시대적 조형물이라는 비판이 많다. 국가상징공간이 북악산·세종로공원·경복궁 주변 경관이나 현재 광화문광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소통으로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또 국가상징공간 건립을 구상 중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의견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 등은 범정부 차원에서 준비하는 국가상징공간에 서울시가 협의 없이 광화문광장을 일방적으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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