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 “韓 독자 핵무장, 현실성 적어… 美 확장억제 약속 구체화가 중요” [세상을 보는 창]
美 전술核 배치도 유사시 적의 타깃 될 뿐
기술력은 보유… 핵개발 리드타임 줄여야
시진핑, 정치적 돌파용 대만 공격 가능성
미군 발 묶어두려 한반도 긴장 조성 예상
동북아 정세 감안하면 한·미·일 함께 가야
尹, 韓·유럽 안보 협력 확대 긍정적 평가
北 위협 커질수록 군심 하나로 결집해야
병력 부족문제 여성 인력 활용 고민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동맹 정책을 평가한다면.
“미국은 한국 말고도 여러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다. 외국은 국내정치가 동맹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은 진보와 보수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동맹 정책의 방향이 바뀐다. 미국에는 안 좋은 시그널(신호)이다.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에 충실하다.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며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한미일 3국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진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문제도 있다. 국제사회를 보면 안보 동맹을 넘어 가치 동맹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치에는 군사뿐 아니고 경제, 기후변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가치 영역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에는 취약점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 과제다.”
―최근 독일이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한 뒤 유엔사를 통해 한국군을 통제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유엔사의 근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관리 임무는 유엔사에 있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회담했다. 엄밀히 따져 유엔사령관이 ‘안 된다’고 하면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북한과 교류를 하겠다는데 유엔사령관이 이를 막겠나. 동맹 사이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남북 교류 방해’ 운운은 애초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다. 일각의 유엔사 폄훼는 한미동맹을 방해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월 미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한국이 나토에 가입한 것도 아닌데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3년 연속 그들과 함께했다. 나토 회원국 거의 대부분이 유럽 국가인 만큼 한국·유럽 안보 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은 “가치 동맹의 시대에는 안보와 가치가 함께 가야 한다”는 말로 한국과 자유,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즘 대만해협 등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심상치 않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당장 국제사회 제재를 받아 주가가 폭락하고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까지 나올 것이다. 그걸 감수할 수 있겠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2023년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강화된 확장억제에 합의했다. NCG를 나토의 핵계획그룹(NPG)과 비교하는 이가 많다. 일단 나토 회원국에는 미국 전술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예를 들면 독일 공군기에 미군 핵미사일을 장착했다가 유사시 발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물론 핵무기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이 갖는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낸 커티스 스캐퍼로티 장군은 ‘나토의 NPG는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반면 NCG는 한미 두 나라만 협의해 결정하니 더욱 강력하다’고 말한다. 미국에 확장억제 약속의 구체화를 끊임없이 촉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한국에 미국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유사시 적의 타깃이 될뿐더러 유지·보수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그보다는 미군이 지닌 전략자산으로 (북한을) 타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사건의 핵심은 해병대라고 하는 잘 싸울 수 있는 부대가 싸울 수 없는 부대가 됐다는 점이다. 병사와 대대장이 사단장을 고발하고 지휘관들끼리 서로 다투는 이런 해병대가 전쟁을 할 수 있겠나. 군에 수사권이 있네 없네,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을 했네 안 했네 등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정치 공방 탓에 해병대가 싸울 수 없는 군대가 되어 간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우리 군 지휘부에 조언을 한다면.
“북한의 위협이 가중될수록 군심(軍心)을 결집해야 한다. 군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자고 장성부터 이등병까지 맹세해야 한다. 군이 정신적으로 일치단결하고 강력한 훈련을 실시하며 제대로 무기를 만들어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 군인 봉급을 올려 우수한 인재들을 간부로 뽑고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전에는 남성만 징집해도 적정한 규모의 군대 유지가 가능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다. 여성 인력의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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