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나 하자"…펜싱 전 국대감독 성추행 2심서 '유죄' 뒤집힌 이유

"선수들이 감독 음해" 1심 무죄→2심 벌금 500만…상고기각
피해 알린 시기 진술 엇갈리지만 "진술 전체 배척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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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국가대표팀 경기보조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감독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8월 17일 오전 1시쯤 전남 해남군의 합숙훈련지 호텔 주차장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보조원 B 씨의 손을 잡아끌며 "데이트나 가자. 부탁 하나 하자", "뽀뽀나 한 번 하자"라고 말하고 신체 부위를 수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전날 오후 11시 28분쯤 B 씨에게 전화해 술자리에 합류하게 했다. 다음 날 오전 0시 10분쯤 술자리가 끝난 뒤 A 씨는 취한 상태로 집에 가겠다고 하는 자신을 말리는 B 씨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B 씨가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시기와 관련한 진술은 모순되는 부분이 있으며 일관되지도 않고, 사건 발생 당시 A 씨의 행위를 추행으로 인식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B 씨가 일부 선수들과 8월 17일에 피해를 들은 것으로 입을 맞추기로 했고 이전까지 A 씨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보면 이들이 A 씨를 음해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선수 C 씨가 법정에서 "합숙 훈련 해산 전날 자신과 B 씨 등 4명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A 씨를 성추행범으로 엮어서 감독직에서 내리자'고 이야기했고, 이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도 A 씨를 비방하는 대화를 했다", "'A 씨에게 가서 빌자. 잘못했다고 하자'라고 말하자 '그러면 A 형이 봐주겠냐'고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증언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 씨 진술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선수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시기에 대한 진술이 엇갈린다고 본 1심 판단과 관련해서는 "피해 사실에 관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피해사실을 8월 17일에 들은 것으로 하자는 대화 내용은 '술을 마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징계를 받아 국가대표 선수 지위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증언에 비추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C 씨는 무고 피의 사건에서 조사를 받으며 경찰관에게 '(선수들 모의 관련) 진술서는 A 씨가 무서워서 작성한 것이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했고, 당심에서 '진술서는 A 씨가 초안을 작성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대화 참여자들이 A 씨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는 보이나 성추행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그 사실을 꾸며내자는 내용은 발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