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에서 장애인 사격으로…유연수 "패럴림픽 메달이 꿈"
"장애 있어도 한 턱만 넘으면 넓은 세상이 보여"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유망한 골키퍼로 평가받았던 유연수(26)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자신의 꿈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평생 악몽에 시달릴 수 있었을 텐데, 유연수는 밝은 얼굴로 희망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유연수는 지난 16일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진행 중인 '2024년 기초종목 하계 스포츠 캠프'에 참여 중이다.
지난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연수가 장애인 체육에 참여한 것은 2022년 당한 사고 탓이다. 당시 유연수는 음주 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고, 결국 지난해 11월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힘든 현실에 좌절해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유연수는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토트넘과 팀 K리그의 친선 경기에서 시축에 나섰고 방송 출연, 행사 참석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더불어 제2의 삶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자신의 인생 절반 이상을 운동선수로 보낸 유연수는 승부의 세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포츠 캠프 참여 중인 유연수는 20일 이천선수촌에서 뉴스1과 만나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약 6만 3000명이 들어찬 경기장에 서니 감사했다. 다시 두발로 경기장에 서고 싶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다"면서 "여러 가지 행사와 방송을 통해 음주 운전에 따른 피해가 더 안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날 (손)흥민이 형을 처음 봤는데, '반갑다, 응원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경기 후 유니폼 1개를 조심스레 요청했는데, 이미 부탁한 선수가 있어서 무산됐다"며 "워낙에 월드클래스 선수이기 때문에 K리그 선수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웃었다.
유연수는 재활치료를 하면서 여러 새로운 인생을 모색했다. 재활 훈련 센터 운영, 바리스타도 꿈꿨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다시 승부의 세계다.
장애인 체육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유연수는 여러 종목 지도자의 관심을 받았는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사격으로 마음을 굳혔다. 유연수가 종목을 결정하는데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과 장성원 장애인사격 국가대표 감독이 큰 역할을 했다.
유연수는 "희망 종목 중 장애인 탁구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라면서 "탁구는 국내 경쟁도 치열하고, 실력을 끌어올리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반면 사격은 많은 지원을 약속해 주셨다. 정진완 회장님과 장성원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사격을 추천해 주셨고, 많은 도움도 약속하셔서 사격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유연수는 사격에서도 소총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봄에 처음으로 사격장에서 사격 체험을 해봤다. 권총과 소총을 경험해 봤는데, 권총은 너무 어려워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소총은 처음 쐈는데, 과녁에 잘 맞아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사격 종목을 유심히 지켜봤다. 선수들의 표정과 포즈 등이 너무 멋있어서 사격에 대한 확신이 섰다"며 "더 많은 훈련 등을 통해 기량을 끌어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격은 총 1발에 순위가 요동친다. 여기에 경기 막판에는 슛오프 등 담대함이 필수다.
골키퍼 출신 유연수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이 있다. 유연수는 "축구할 때 승부차기나 페널티킥 때 늘 자신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압박이 큰 상황이지만 키커로 나설 정도로 강했다. 또한 골키퍼 할 때 실점을 한 뒤 계속 실점 장면을 떠올리면 경기를 망칠 수 있다. 이에 지난 일을 잊는 방법에 대해서도 훈련이 잘됐다"면서 "이런 점들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유연수는 파리 패럴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사격 훈련을 하면서 4년 뒤 LA 패럴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유연수는 "아직 태극마크를 달아 본 적이 없지만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며 "태극마크는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LA 패럴림픽에 꼭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선수로 패럴림픽에 나서기 전 유연수는 먼저 패럴림픽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기 위해 유연수는 오는 28일 출국, 9월 5일까지 파리에 머물면서 패럴림픽 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분위기를 체감할 예정이다.
유연수는 "스포츠는 무엇보다 현장감이다. 현장에서 매력을 느끼면 더욱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면서 "파리에서 사격과 탁구 등을 보게 될 텐데,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큰 사고 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유연수는 "집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와 스스로 돈을 벌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면 자신감도 높아지고, 대인 관계도 좋아진다"면서 "장애를 갖고 있어도 한 턱만 넘으면 넓은 세상이 보인다. 그 턱을 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운동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운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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