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할수록 손해? PS서 멀어진 피츠버그, 스킨스 ‘셧다운’으로 실리 찾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8.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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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괴물 신인은 과연 남은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피츠버그에 '유혹의 손길'이 뻗어가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8월 2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58승 66패를 기록했다. 승률 0.468. 승률이 2할대, 3할대인 팀들도 존재하는 만큼 아주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는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와 승차는 14경기.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3위에 8경기차로 뒤쳐진 상태다. 냉정히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위안이 있다. 바로 올시즌 데뷔해 올스타전 선발 마운드에까지 오른 괴물 신인 폴 스킨스의 존재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가 지명한 우완 스킨스는 지난 5월 12일 빅리그에 데뷔했고 20일까지 시즌 16경기에 선발등판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모든 기대를 뛰어넘은 특급 활약이다. 대학 신인이지만 지난해 프로 무대에서 단 6.2이닝을 소화한 스킨스는 올시즌을 트리플A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7경기에 선발등판해 27.1이닝을 투구하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피츠버그도 그를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빅리그로 불러올렸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거침없었다. 데뷔전에서 4이닝 3실점으로 다소 평범한 모습을 보였던 스킨스는 이후 거침없는 질주를 펼쳤다. 16번의 선발등판에서 12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5회 이전에 강판된 것은 데뷔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1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6이닝 4실점을 기록한 것이 올시즌 스킨스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메이저리그에서도 펼치고 있다.

기량은 이미 입증했다. 시간이 흘러도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은 없다. 이대로 남은 시즌을 쭉 이어갈 경우 스킨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주전 중견수인 잭슨 메릴과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피츠버그가 현실적인 고민을 할 시기가 됐다. 디 애슬레틱은 20일 피츠버그가 잔여시즌 스킨스를 '셧다운'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단의 이익을 따질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바로 스킨스의 '서비스 타임' 문제다.

아마추어 계약으로 입단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6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우면 FA 자격을 얻는다.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노사가 직장폐쇄의 극한 대립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구단이 선수의 서비스 타임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데뷔 날짜를 조정하는 것 뿐이었다. 40인 로스터에 172일 이상 이름을 올릴 경우 서비스 타임 1년을 충족시킨 것으로 계산되는 만큼 구단들은 특급 유망주를 시즌이 171일 남은 시점에 데뷔시키는 '꼼수'를 적극 활용했다. 특급 기대주의 FA 자격 취득을 1년 늦추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2022시즌에 앞서 새로운 노사 협정(CBA)이 체결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구단들의 이런 꼼수가 싫었던 선수노조는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추가했다. 40인 로스터에 172일을 머물러야 1년의 서비스타임을 얻는 것은 변함없지만 172일의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해도 서비스 타임 1년을 얻을 수 있는 요건을 추가했고 구단들이 특급 기대주들을 더 일찍 데뷔시킬 수 있도록 유혹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신인왕 투표 1,2위에 오른 선수는 172일의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서비스 타임 1년이 인정된다. 2022년에는 5월 말에 데뷔한 애들리 러치맨(BAL)이, 2023년에는 4월 말에 데뷔한 태너 바이비(CLE)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르며 172일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서비스 타임 1년을 인정받았다.

또 'TOP 100' 유망주 명단에 포함된 신인 선수가 개막 로스터에 등록돼 그 해 신인왕을 수상할 경우 소속 구단에는 다음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2라운드 사이에 행사할 수 있는 지명권 한 장을 추가로 지급한다. 굉장히 높은 순번의 지명권인 만큼 구단들 입장에서도 특급 신인을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것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지난해 거더 헨더슨, 코빈 캐롤을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킨 볼티모어와 애리조나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지명권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스킨스는 TOP 100 명단 출신의 기대주고 신인왕 1,2위를 다툴 성적도 쓰고 있다. 문제는 모든 요소가 피츠버그 구단에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피츠버그는 스킨스를 이렇게 빠르게 빅리그에 데뷔시킬 계획이 아니었다. 스킨스는 지난해 지명돼 프로 무대에서 단 6.2이닝을 던졌다. 프로 무대에 대한 적응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피츠버그는 스킨스를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킨스가 트리플A에서 갑자기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피츠버그는 계획을 앞당겨 빅리그로 그를 불렀다.

TOP 100 기대주였지만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가 아닌 만큼 스킨스가 만약 올해 신인왕을 수상한다고 해도 피츠버그는 추가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신인왕 1,2위에 이름을 올릴 경우 스킨스의 서비스 타임은 1년이 인정된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소득없이 스킨스의 서비스 타임만 낭비하는 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명분도 있다. 스킨스는 올시즌 마이너리그에서 27.1이닝, 메이저리그에서 98이닝을 소화하며 이미 115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지난해 대학 리그에서 122.2이닝을 던진 경험이 있는 스킨스지만 프로 무대, 특히 메이저리그의 투구 강도는 대학 리그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급 투수 유망주의 팔을 보호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이미 돋보이는 위치에 오른 스킨스지만 잔여시즌을 쉰다면 누적 기록 부족으로 신인왕 투표에서 3위 이하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마나가 쇼타(CHC), 잭슨 추리오(MIL), 타일러 피츠제럴드(SF) 등 좋은 모습을 보이는 신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킨스의 기량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스킨스가 신인왕 투표에서 2위 이내에 들지 못하도록 해 FA 자격 취득을 1년 늦추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이득인 셈이다.

물론 '꼼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천만 달러의 지출이 걸린 일인 만큼 구단을 전적으로 비난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특히 피츠버그와 같은 스몰마켓 구단 입장에서는 더 민감한 사항이다.

선택은 피츠버그의 몫이다. 스킨스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이후 최고의 대학 신인'이라는 평가에 걸맞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과연 피츠버그가 잔여시즌 스킨스의 기용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폴 스킨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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