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이송 시스템에 ‘구멍’ 존재…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 갖춰야” [심층기획-의·정갈등 6개월 후폭풍]

정진수 2024. 8. 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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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전문가 제언
‘응급실 뺑뺑이’ 애타는건 환자뿐 아냐
“중증질환 수가 인상만으론 해결 안 돼
적절한 평가지표 갖고 대폭 지원 필요”

“응급실 종합상황판, 권역심뇌혈관센터, 인적네트워크 등 중증환자 이송과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운영에서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응급실 뺑뺑이’로 애가 타는 건 환자만이 아니다. 환자를 잃었을 때 의료진의 좌절감도 못지않다. ‘뺑뺑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2년 이후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이송·전원 문제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던 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구급대에 본인 연락처를 알려주며 ‘핫라인’을 시도하거나(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동맥박리 환자를 책임지겠다”며 병원 응급실 등에 자신의 명함을 뿌리고 다녔다.(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현장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던 이들은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구멍을 메우고 구조적으로 변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보강’이지만, 현실적으로 응급·수술·중증이 ‘3D 기피과’로 자리매김하며 당장 인원 보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병원의 엄격한 질평가와 인력이 분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이 전제되지 않은 채 선심성으로 수가만 상향하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중증 응급에 대한 수가를 높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중증 응급 질환에 대한 접근을 수가로만 하게 되면 ‘뇌졸중이 돈이 된다’며 24시간 운영 능력이 없는 작은 병원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를 데려가 낮진료만 하게 된다. 야간 운영이 가능하던 병원 인력이 이렇게 빠지면 의료진 당직 부담이 커져 야간 운영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권역심뇌혈관센터, 인적네트워크 사업 등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인적네트워크 사업은 흉부외과가 사실상 처음으로 포함된 시범사업”이라며 “의도는 좋은데 문제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이를 통한 대동맥박리 환자 이송이 단 3건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인적네트워크는 ‘카카오택시’처럼 이송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알림을 띄우면 가입된 병원이 이를 수락하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다. 한 해 1만여명의 대동맥박리 환자 수를 고려할 때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송석원(왼쪽)과 차재관 교수
송 교수는 “최근 이송 요청은 대부분 사적으로 왔다”며 “‘인적네트워크’ 사업에는 대동맥박리와 관련해 5개 네트워크 100여명의 의사가 참여하는데, 정작 환자 이송을 요청해야 할 병원이나 의료진이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차 교수는 뇌졸중 이송의 중추가 되는 권역심뇌혈관센터와 관련해 “권역인 동아대병원도 당직 의사가 겨우 4명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 야간 시간에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며 “권역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한 이런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의 ‘질평가’는 공통적인 지적이다. 재원 ‘나눠 주기’식이 아니라 엄격한 평가를 통해 필요한 병원에 집중 지원이 이뤄져야 불필요한 인력 분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대동맥박리는 그나마 수가가 올랐지만, 복부대동맥류 파열의 경우 응급임에도 대동맥류 수술과 수술 내용이 같다는 이유로 수가가 그대로다. 응급 수술임에도 현저히 낮은 수가의 수술을 위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수술팀’이 모두 대기해야 하니 병원에서 달가워하지 않고, 그 결과 혈관외과 의료진이 이탈하는 병원들이 생겼다”고 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절한 평가지표로 병원·수술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이에 따른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대폭 지원이 이뤄져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것이 환자 입장에서도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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