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이송 시스템에 ‘구멍’ 존재…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 갖춰야” [심층기획-의·정갈등 6개월 후폭풍]
‘응급실 뺑뺑이’ 애타는건 환자뿐 아냐
“중증질환 수가 인상만으론 해결 안 돼
적절한 평가지표 갖고 대폭 지원 필요”
“응급실 종합상황판, 권역심뇌혈관센터, 인적네트워크 등 중증환자 이송과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운영에서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디테일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보강’이지만, 현실적으로 응급·수술·중증이 ‘3D 기피과’로 자리매김하며 당장 인원 보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병원의 엄격한 질평가와 인력이 분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이 전제되지 않은 채 선심성으로 수가만 상향하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중증 응급에 대한 수가를 높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중증 응급 질환에 대한 접근을 수가로만 하게 되면 ‘뇌졸중이 돈이 된다’며 24시간 운영 능력이 없는 작은 병원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를 데려가 낮진료만 하게 된다. 야간 운영이 가능하던 병원 인력이 이렇게 빠지면 의료진 당직 부담이 커져 야간 운영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권역심뇌혈관센터, 인적네트워크 사업 등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뇌졸중 이송의 중추가 되는 권역심뇌혈관센터와 관련해 “권역인 동아대병원도 당직 의사가 겨우 4명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 야간 시간에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며 “권역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최소한 이런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의 ‘질평가’는 공통적인 지적이다. 재원 ‘나눠 주기’식이 아니라 엄격한 평가를 통해 필요한 병원에 집중 지원이 이뤄져야 불필요한 인력 분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대동맥박리는 그나마 수가가 올랐지만, 복부대동맥류 파열의 경우 응급임에도 대동맥류 수술과 수술 내용이 같다는 이유로 수가가 그대로다. 응급 수술임에도 현저히 낮은 수가의 수술을 위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수술팀’이 모두 대기해야 하니 병원에서 달가워하지 않고, 그 결과 혈관외과 의료진이 이탈하는 병원들이 생겼다”고 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절한 평가지표로 병원·수술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이에 따른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대폭 지원이 이뤄져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것이 환자 입장에서도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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