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비스 수익화, 빅테크는 '속도' 네카오는 '신중'
구글·xAI도 구독 서비스 출시
네이버는 B2B 사업서만 두각
카카오, 연내 AI 서비스 출시
전문가들 "과감한 전략 필요"
인공지능(AI) 거품론 속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챗봇을 내세워 앞다퉈 수익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주요 테크기업들은 좀처럼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국내 시장을 내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빅테크에 비해 기술력과 뒤처지는 만큼 기업간거래(B2B) 공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 흐름대로라면 AI 에이전트(비서) 분야에서 빅테크에 종속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들은 올 들어 유료 구독 방식의 AI 서비스들을 통해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섰다. ‘챗GPT’를 통해 AI 시대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 오픈AI는 한 달에 20달러를 지불하면 ‘GPT-4o’ 등 최신 모델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GPT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챗GPT’ 애플리케이션(앱)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2억 5000만 달러(한화 3337억 원)의 누적 인앱 구매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앱 구매만 포함된 수치로, 웹 결제 등을 포함하면 실제 수익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챗GPT 누적 인앱 구매 수익에서 국가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미국(42.3%), 독일(5.8%), 일본(4.7%), 한국(4.3%) 순이었다. 특히 한국의 다운로드당 수익(RPD)은 1.5달러로, 전 세계에서 미국(2.5달러)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GPT-4o가 챗GPT의 인기를 견인했다고 평가한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GPT-4o 출시 직전인 올해 5월 12일 한국에서의 챗GPT 일일 인앱 구매 수익은 약 2만 달러(약 2667만 원) 수준이었으나 출시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이달 14일 기준 5만 5000달러(약 6669만 원)를 넘어섰다. GPT-4o는 텍스트·오디오·비디오 AI를 통합한 멀티모달 모델로, 평균 응답 시간이 0.32초로 독보적으로 빠른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이에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실시간 통역도 가능하다. 특히 이용자의 감정을 파악해 상황에 맞는 답변을 하는 ‘창의적인’ AI 서비스로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오픈AI의 사례를 통해 AI 서비스가 실제로 돈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유료 구독 방식의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구글은 13일(현지 시간) 차세대 AI 어시스턴트(비서)인 ‘제미나이 라이브’를 선보였다. 단순한 지령을 수행하는 기존 서비스와는 달리 생성형 AI를 접목해 보다 정교한 명령을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월 19.99달러를 지불하고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구독한 이용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기업 xAI도 최근 ‘그록2’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그록2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이미지 생성 기능을 더했으며 월 8달러의 ‘X(구 트위터)’ 프리미엄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3’의 최상위 버전 ‘오푸스’도 월 20달러의 이용료가 필요하며 메타 역시 ‘메타 AI’의 유료화를 검토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클로바 스튜디오’ 등 B2B 사업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으나 ‘클로바X’와 같은 AI 챗봇 부문에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검색·커머스 등 서비스 전반에 AI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유료 구독 방식의 B2C 서비스 계획은 없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 이용자 대상 유료 구독 서비스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035720)의 경우 진척 상황이 더 더디다. 카카오는 대화형 AI 플랫폼 형태의 B2C 서비스를 연내 별도의 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사업의 본질인 ‘채팅’에 집중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AI 서비스는 이제야 콘셉트 등을 확정한 상황으로, 내부에서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보다 과감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AI 거품론이 제기되며 AI 산업이 재정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보다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구글조차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바드’를 ‘제미나이’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에 내준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국내 기업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모습”이라며 “AI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쉬운 선택은 아니겠지만 서비스를 신속해 내놓고 시장 반응에 따라 고도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조언했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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