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대 할머니에게 전립선 보조제까지...다단계업체 입건

유서현 2024. 8. 21.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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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업체, 강연서 "병원 약은 부작용" 주장
"건강보조식품으로 완치" 주장하며 제품 판매
약 끊고 건강보조식품 의지…석 달 만에 건강 악화
70대 여성, 폐혈관 터져 의식 잃었다 숨져

[앵커]

고령의 류머티즘 환자에게 병원 약을 먹지 않아도 완쾌할 수 있다며 건강보조식품을 판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이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70대 할머니에게 전립선 보조제를 팔거나 상태가 악화했는데도 판매한 제품을 계속 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병원 약을 끊고 건강보조식품에 의지하던 할머니는 결국 숨졌는데, 경찰은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을 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유서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내가 너무 손쉽게 하고 있었던 병원 치료들이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었는지, 얼마나 안일한 생각들이었는지, 얼마나 무지한 행동이었는지 아시게 될 거다.]

병원 치료가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조기 치매도 예방하는 그런 역할도 합니다, 이 비타민이. 그리고 도핑 테스트까지 다 마친 것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먹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혈압약은 뇌경색, 심근경색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만, 특정 비타민을 먹으면 조기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다단계 업체의 강연 내용입니다.

지난해 10월, 류머티즘과 고혈압을 앓던 70대 여성 A 씨도 이들의 타깃이 됐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병원 약의 부작용을 주장하며 A 씨에게 제품을 팔았습니다.

결국, A 씨는 건강보조식품을 300만 원어치 넘게 구매해 병원 약 대신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석 달 만에,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 아들 : 10월에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 나왔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가셨는데, 불과 3달 만에 이제 검사한 결과가 너무 나빠지니까. 당뇨도 너무 올라가고 류머티즘 염증 수치도 갑자기 확 올라가고 이래서 어머니한테 심지어 전화도 하셨대요, 병원에서.]

이런 A 씨에게 업체는 건강보조식품을 계속 권했습니다.

기운이 없다고 하니 '대변으로 더 빼내야 한다'며 구매한 제품을 먹어보라고 하고, 배뇨 문제로 고생하자 전립선 보조제를 팔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변에서는 A 씨가 업체 말을 듣고 눈 수술까지 취소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A 씨 아들 : 어머니한테 판 게 전립선 보조제를 팔았더라고요.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뭐 이런 것들 못 먹게 할 수도 있으니까 다 나은 다음에 이런 것들을 밝히시라, 그전까지는 얘기하지 말라….]

병원보다 건강보조식품에 의지하던 A 씨는 폐혈관이 터져 의식을 잃었다가, 지난 6월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들은 다단계 업체가 건강보조식품이 마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처럼 효과를 과장하고 A 씨의 치료를 방해해 상태가 악화하게 했다는 입장입니다.

[B 씨 / 다단계 업체 관계자 : (약을 안 먹어도 된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네, 제가 했습니다. 미국에서 제약회사이기 때문에요. 근거도 있고 애초에 그것 때문에 임상 실험을 해서 나온 제품이었어요.]

[C 씨 / 다단계 업체 관계자 : (그러니까 증명을 갖고 오라고요. 저는 객관적인 사실 확인하는 거예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제 동생 범죄자 만들겠다는 건지 여쭤보는 거예요, 저는.]

A 씨 가족으로부터 사기,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업체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 측은 A 씨가 숨진 이후에도 강연과 SNS를 통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온승원

디자인 : 전휘린

YTN 유서현 (ryu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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