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권은 민주주의와 직결…미 대선, 여성 표 결집할 것”
임신중지 등 여성의 재생산 권리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이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하는 대선 구도를 ‘과거로의 회귀냐, 미래로의 진전이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양쪽의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쟁점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임신중지권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수록 여성과 중도층의 표심이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미셸 브랫처 굿윈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임신중지권 박탈을 우려하는 여성 표심이 결집하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는 재생산의 자유가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헌법과 의료법 전문가인 굿윈 교수는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권 폐기 결정이 여타의 헌법적 권리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논증해 온 학자다.
굿윈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2011~2017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내던 때부터 재생산권 보호에 확고한 지지 입장을 보여왔다고도 말했다.
그는 “재생산권리는 사회경제적 이슈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여성이 가족을 관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면 건강은 물론 사회경제적 상황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재생산권은 “민주주의와 헌법,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맞닿아 있다”며 “한 개인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고, 어디에서 살 것인지, 삶의 질과 건강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1972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을 폐기한 이후 미국 주별로 임신중지 제한·금지 법률이 봇물을 이루면서 관련 시술을 받으려면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하는 등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지칭한 것이다.
굿윈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 당일 10여개주에서 임신중지권 보호를 주헌법에 명문화할 것인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경합주인 네바다와 애리조나를 비롯해 미주리·콜로라도·플로리다·메릴랜드·네바다·뉴욕·사우스다코타 등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그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든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 지역)든 간에 여성과 남성들이 주민투표를 위해 투표장에 나왔다”며 “이 문제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강세인 캔자스나 오하이오주 등에서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임신중지권 보호를 주장하는 쪽이 승리했다. 굿윈 교수는 다만 “일부 지역에서 주검찰총장이나 주국무장관 등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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