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로, 일조량 줄고 안개가 늘면 벌어지는 일...실제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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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댐 건설이 필요한 이유로 '기후위기'라는 환경 논리를 들고 있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댐은 피할 수 없는 '환경·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빌런(악당)일 수밖에 없다.
2002년 발표된 '낙동강 수계 중의 댐 건설에 의한 주변의 국지기상환경 변화' 보고서에도 합천댐이 생긴 뒤 주변 지역에 해마다 60일 이상 안개가 발생하고, 90일 이상 발생한 해(1990·1996·1998·1999년)도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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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댐 건설이 필요한 이유로 ‘기후위기’라는 환경 논리를 들고 있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댐은 피할 수 없는 ‘환경·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빌런(악당)일 수밖에 없다.
2021년 12월 거창군 정장리 국농소마을 주민들은 일주일 가까이 한국수자원공사 합천댐관리단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였다. 주민들은 “합천댐 건설 뒤 지난 수십년 동안 짙은 안개로 일조 시간이 줄어 농작물 피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창 지역 환경단체(푸른산내들)가 합천댐 준공(1989년 12월) 전후 ‘거창읍 연평균 일조 시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댐 건설 뒤 일조 시간이 그 전보다 연평균 265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발표된 ‘낙동강 수계 중의 댐 건설에 의한 주변의 국지기상환경 변화’ 보고서에도 합천댐이 생긴 뒤 주변 지역에 해마다 60일 이상 안개가 발생하고, 90일 이상 발생한 해(1990·1996·1998·1999년)도 잦았다.
소양강댐 주변 지역 주민들 역시 오랜 세월 안개 발생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2021년 춘천시가 강원연구원에 맡겨 수행해 발표한 ‘춘천 수자원의 편익제공에 따른 환원방안과 가치제고를 위한 수단발굴’(전만식) 연구보고서를 보면, 소양강댐 건설 뒤 잦은 안개 발생으로 춘천시·양구군·인제군·화천군 등에 걸쳐 1399.6㎢ 면적의 지역이 농작물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연구원은 해당 지역 농민들이 과채류·식량작물·과실류·특용작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작물에서 연간 93억3700만~153억9700만원의 경제적 손해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1년 강원연구원에서 한 ‘댐 건설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최승업) 연구에서는 식량작물 5~10%, 과실류 10~20%, 과채류 10~15%, 엽채류·근채류·조미채소류 10~15%, 특용작물 5~10% 수준으로 수확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충주댐의 경우 주변 지역의 연평균 안개일수가 댐 건설 전(48일)보다 32일 늘어났고, 안동댐 역시 댐 건설로 연평균 안개일수가 약 46일에서 69일로 50% 증가했다.
잦은 안개 발생은 주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안개와 이로 인해 발생한 스모그(대기 속 먼지·오염물질이 수증기와 엉기는 현상)는 호흡기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암댐 인근 주암면 주민들은 “1년 내내 자욱한 안개로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다”며 피해 실태 조사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주암면에서 대략 파악한 폐암 환자만 8명이고, 다른 사람들도 기침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산다고 주장했다.
안동댐 인근에서도 주민 1인당 호흡기 질환이 댐 건설 전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강원연구원(2021년)은 소양강댐으로 인한 안개 발생으로 주변 주민들은 연간 283억9500만~567억8900만원의 추가 진료비를 내고 있고, 춘천시민 전체적으로도 소양강댐 때문에 연간 249억8800만~499억7600만원의 건강 비용을 쓰고 있다고 추산했다.
전만식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 담은 소양강댐으로 인한 주민 피해액은 추정치이지만, 댐 건설 뒤 안개일수가 확연히 증가하고 그로 인해 일조량이 감소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주민들을 만나면 댐이 만들어진 뒤 농사가 잘되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댐 주변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평가가 진행된 사례가 없어 아직 과학적인 데이터를 찾기 어렵지만, 소양강댐이 있는 춘천 지역의 기관지 질환 환자 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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