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논란’ 뒤로한 채…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2025년 준공 [오늘, 특별시]

김주영 2024. 8. 21. 05: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 “추진할 것” 밝혀
앞서 대형 국기게양대 등 발표
논란 커지자 한달간 의견 수렴
시민 59% “찬성”… 40% “반대”
‘적합 상징물’ 1위에는 ‘태극기’
市 “새 키워드는 ‘자유와 평화’”
디자인 등 특정 않고 설계공모
작은 표본·국가주의 비판 여전
吳 “충분히 설명해 오해 풀 것”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놓고 “과도한 애국주의” 등의 비판이 제기된 서울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계획이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된다. 서울시는 논란이 일자 시민 의견을 묻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 달간 이어진 의견 수렴 결과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과반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는 국가상징공간의 모습이나 조형물을 특정해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시민과 전문가들의 자문·심의를 거쳐 설계공모를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광화문광장에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지만 조선시대 인물 두 분이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보여준다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에 국가상징공간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나온 것”이라며 “가장 쉬운 게 태극기를 높은 위치에 상징화해서 보여주자는 발상이었는데, 반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달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생각을 다듬을 기회를 가졌다“며 “역시 자유민주주의라는 무형의 가치를 보여주려면 어떤 상징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어 “상징물 중에는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안 들어갈 수도 있다”며 “이번에 시민들이 보내주신 아이디어 중에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제안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세우는 내용의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곧장 “지나친 국가주의”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시민 제안을 접수한 결과 총 522건 중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 응답은 40%(210건), 기타는 1%(4건)이었다. 국가상징공간에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라는 답이 215건(41%)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2건, 국새 2건, 애국가 1건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훈민정음과 소나무, 역사정원,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도 거론됐다고 시는 전했다.

국가상징공간의 모습과 관련해선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빛조형물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 국기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을 비롯해 키네틱(움직이는) 아트를 이용한 상징물을 만들자는 제안 등이 접수됐다. 해시계, 훈민정음 등 역사성이 깃든 상징물을 활용하거나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국가상징적 건축물·공원 등을 함께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국기 게양대가 있어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 (광화문광장에 있는) 국가상징물로도 충분하다’, ‘정책 및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등의 반대 의견도 나왔다.

시는 이번 시민 제안을 토대로 국가상징공간의 의미와 시민과의 소통, 디자인 다양성, 최첨단 기술 접목 등 크게 3가지에 초점을 맞춰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자유와 평화’를 키워드로 6·25 전쟁에 함께한 유엔(UN)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병근 시 총괄건축가는 “(설계공모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평화의 표상이 된 대한민국을 상징화하고 UN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공간, 미래세대에 의미를 공유·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등을 요청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와 디자인을, 어떤 규모로 어디에 할지는 다 개방돼 있다”고 했다.

2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시민 제안 아이디어 중 일부 사진. 연합뉴스
향후 시는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이를 바탕으로 지침을 마련해 다음달 중 설계공모를 추진할 방침이다. 12월엔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내년 5월 착공해 같은 해 9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시의 이번 의견 수렴 표본이 500여건에 불과한 데다 국가상징공간 조성 반대 의견이 4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조성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요즘같이 정치적인 견해가 양극화된 시대에 (반대가) 40%라면 그렇게 높은 비율인지 의문”이라며 “당초 높은 태극기 게양대로 설명이 됐기 때문에 생겼던 의견의 흐름도 있었던 것 같다. 충분히 설명을 드린다면 오해는 상당히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구윤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