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낙농업의 대체가능성과 지속가능성

이유리 기자 2024. 8.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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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뒤면 흰 우유만 생산하는 회사는 모두 망할 겁니다."

이를 대비해 매일유업은 우유를 대체할 '무언가'로 살길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고객 수요를 맞추지 못한 우유는 버려야 하더라"고 토로하며 '매일유업'에서 유업을 떼겠다는 계획에 당위성도 부여했다.

유업체들이 제품 포트폴리오의 방향타를 우유·분유에서 대체품으로 돌리고 있는 까닭은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외국산 우유 수입이 두려워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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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뒤면 흰 우유만 생산하는 회사는 모두 망할 겁니다.”

매일유업 최고경영자(CEO) 김선희 부회장은 지금으로부터 2년 후 유업계를 이렇게 내다봤다. 지난 10년 동안 우유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작업을 했다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 포럼에서 최근 밝힌 말이다. 2년 뒤인 2026년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제품에 대한 우리나라의 빗장이 무관세로 완전히 열리는 때다. 이를 대비해 매일유업은 우유를 대체할 ‘무언가’로 살길을 찾겠다는 뜻이다. 아몬드유·귀리유 등 식물성 단백질 음료가 ‘무언가’의 대표 제품이다.

이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고객 수요를 맞추지 못한 우유는 버려야 하더라”고 토로하며 ‘매일유업’에서 유업을 떼겠다는 계획에 당위성도 부여했다. 대체유 시장에 뛰어든 첫 유업체다운 발상이다.

이러한 경영기조를 펼치는 유업체는 매일유업만이 아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쥔 남양유업도 식물성 단백질 음료 등 다양한 대체유 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유업체들이 제품 포트폴리오의 방향타를 우유·분유에서 대체품으로 돌리고 있는 까닭은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외국산 우유 수입이 두려워서만은 아니다. 저출생이란 파고를 넘기 위해 터득한 생존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몇십년간 유업체와 상생한 낙농가가 몰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매일유업·남양유업 할 것 없이 유업체들은 ‘통보문’ ‘호소문’이라는 문서를 통해 전국 낙농가에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낙농가 입장에서는 유일한 납품처인 유업체의 요청을 거듭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러한 압박에 못 이겨 농가가 생산량을 줄일 경우 ‘쿼터’라는 시장의 약속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유업체가 쿼터와 무관하게 생산량을 자유롭게 늘리고 줄일 수도 있다는 걱정도 덧붙는다.

유업체가 살아야 낙농가도 살 수 있다는 상생의 시각도 있다. 저출생 영향으로 우유·분유와 학교급식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이기에 경제 논리상 유업체의 경영구조 개편은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란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정부의 균형 있는 개혁안이다. 정부는 지난달 우유 자급률 회복을 목표로 내건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국산 우유를 활용한 유업체의 제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복안이 첨가돼야 한다. 신선하고 건강한 우리 우유가 경제논리에 대체되지 않고 지속가능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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