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쌀심] 김이 모락모락…“솥밥 짓기, 파스타보다 빠르고 쉬워요”
솥 만든 재료따라 밥맛 제각각
세라믹 도자기솥 초보자 적합
30분 불린 후 물기 완전히 빼야
뚜껑 열고 세게 끓이다 불조절
전자레인지·냄비 이용해도 가능
우리말에선 생명과 직결된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공통적으로 ‘짓다’는 표현이 들어간다. ‘밥을 만들다’가 아닌 ‘밥을 짓는다’고 말하는 것은 밥을 해 먹는 게 의미 있고 중요해서가 아닐까. 배달음식이나 간편식 따위로 끼니를 때우기보단 김이 폴폴 나는 쌀밥 한그릇 든든히 먹어보자. 정성스럽고 맛있는 쌀밥을 해 먹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경기 여주에 있는 솥밭연구소 배수연 대표로부터 쉽고 맛있게 솥밥 짓는 방법을 들어봤다.
“솥밥 짓기가 파스타 만들기보다 훨씬 빠르고 쉬워요.”
배 대표가 두 손에 쏙 들어오는 세라믹 도자기솥을 꺼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솥도 만드는 재료에 따라 밥맛을 다르게 한다. 놋쇠로 만든 유기솥은 열전도가 빨라 밥 짓는 시간이 짧고 쌀의 단맛이 가장 잘 느껴진다. 무쇠솥과 돌솥은 열이 오르는 데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온기가 오래가고 구수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솥은 세라믹 도자기솥이다. 쌀의 수분을 꽉 잡고 있어 차진 밥을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불 조절이 쉬워 밥을 태울 걱정이 없어서다.
솥밥 짓는 걸 직접 보니 파스타보다 쉽다는 말이 이해된다. 밥 짓기에 앞서 쌀을 깨끗이 씻어 30분간 물에 불린 후 물기를 완전히 뺀다. 1∼2인분 기준 계량컵으로 쌀 150㎖에 물은 1∼1.5배를 넣어준다. 수분이 적은 꼬들꼬들한 밥을 좋아한다면 물을 쌀과 같은 양으로 넣고 촉촉한 밥을 만들려면 1.5배 정도 넣어준다.
배 대표는 “밥에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쌀을 불릴 때 다시마 한조각을 함께 넣거나 미리 다시마를 냉침해 물 대신 다시마 육수를 사용해보라”고 조언했다.
솥밥은 불 조절에 조금 신경 써야 한다. 강한 불에서 뚜껑을 열고 끓이다 물이 자작하게 남을 정도로 날아가면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는다. 약한 불에서 2분 정도 기다린 후 5분간 뜸을 들이면 완성이다. 강한 불에서 어느 정도 수분이 날아갔을 때 밥을 저어주며 밥 상태를 확인하는데 밥이 설익은 듯하면 물을 더 넣어 밥맛을 살릴 수 있다.
15분의 짧은 기다림 끝에 솥밥이 완성됐다. 솥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천천히 열어본다. 고슬고슬 잘 지은 밥에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다른 반찬 없이 밥만 먹어본다. 다시마 육수가 들어가 간간하고 쌀의 풍미가 더욱 잘 느껴진다. 배 대표는 솥밥은 맛과 영양은 물론 취향까지 담은 요리라고 표현한다.
“요즘같이 바쁜 시대엔 솥밥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외로 솥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편리한 전기밥솥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고 솥밥에 육수를 달리해 넣거나 제철 농산물을 다양하게 넣어서 하나의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거든요. 다른 요리에 비해 설거지거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솥이 없어도 쉽게 따끈따끈한 쌀밥을 짓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대표적으로 전자레인지밥과 냄비밥이 있다.
전자레인지밥은 1인가구에 특히 유용하다. 내열 그릇에 30분간 불린 쌀과 물을 넣고 덮개나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3분 가열 후 물을 더 넣고 다시 3분 가열 후 1분가량 뜸까지 들이면 솥밥 못지않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물이 끓어 넘치니 바닥에 넓고 오목한 그릇을 받치도록 하자.
냄비로 지은 밥도 촉촉하고 구수한 매력이 있다. 물과 쌀을 1대 1 비율로 넣고 끓이면 된다. 냄비에 밥을 지을 땐 설익지 않도록 30분 이상 물에 불린다. 냄비밥은 솥밥처럼 불 조절이 중요한데 처음엔 불을 강하게 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15분간 기다리고, 물기가 마를 정도가 되면 불을 완전히 끈 후 10분간 뜸을 들이면 완성된다.
바쁜 일상이지만 따끈한 쌀밥으로 건강한 식습관도 챙기고 나만의 취향을 담은 솥밥을 직접 짓는 취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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