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아름다운 힘, 영화 ‘킹콩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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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이 최근 막을 내렸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녀 출전 선수가 5250명 대 5250명으로 동수를 이뤘던 이번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역대 최소 규모의 선수단으로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대표팀에 마지막 메달을 선물한 종목은 역도 여자 최중량급이었다.
1988 서울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지만 경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은퇴한 역도선수 이지봉(이범수)은 전남 보성여중의 역도부 코치로 부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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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이 최근 막을 내렸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녀 출전 선수가 5250명 대 5250명으로 동수를 이뤘던 이번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역대 최소 규모의 선수단으로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대표팀에 마지막 메달을 선물한 종목은 역도 여자 최중량급이었다. 박혜정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은메달을 목에 건 이 경기는 순위 경쟁의 양상뿐 아니라 참가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대회에 참가한 여자 역도 선수들은 하나같이 명랑하고 개성이 넘쳤는데, 종목 특성에 걸맞게 단련된 선수들의 신체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 화려하게 치장한 헤어스타일과 귀여운 액세서리, 호탕한 웃음과 포효 등은 경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역도 영화 ‘킹콩을 들다’(2009년)에는 역도에 관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역도는 간단히 말해서 바벨이란 동그란 쇳덩어리를 들면 이기고 못 들면 지는 운동입니다. 신체 조건만 되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아주 정직한 운동인 셈이죠.”
1988 서울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지만 경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은퇴한 역도선수 이지봉(이범수)은 전남 보성여중의 역도부 코치로 부임한다. 역도부원을 모집하기 위한 설명회에서 그는 역도의 단점 또한 설명한다.
“역도는 양궁처럼 메달밭도 아니고, 수영이나 테니스는 메달을 못 따도 애들 레슨하면 먹고 사는데 역도는 잘해야 헬스장 트레이너고… 특히 여자는 근육 늘면서 우락부락해지고 얼굴도 험악해져서 부상으로 그만두면 시집가기도 어려워요.”
역도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용납하기 힘든 성차별적 발언까지 담겨 있지만, 역도에 대한 당시의 인식은 대체로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역도를 하겠다는 소녀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이지봉 선생의 지도로 역도의 진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역도의 진짜 매력은 뭘까. 다시 한번 영화 속 이지봉 선생의 말을 빌려보자. 그는 첫 대회 출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가지 확신하는 건, 내일 너희들이 들어 올려야 하는 무게는 너희들이 지금껏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보다 훨씬 가볍다는 거다.”
삶의 무게보다 가볍다고는 하나 역도 소녀들의 발아래 놓인 바벨 또한 안간힘을 써야 들어 올릴 수 있는 쇳덩이다. 그럼에도 소녀들은 한계의 무게를 버티고 서서 자신들을 멸시하고 조롱한 세상을 들어버린다.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아름다운 힘’을 보여준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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