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전기료 체계 개편 논란…스마트농업 등 핵심 농업정책 추진에 ‘찬물’

하지혜 기자 2024. 8.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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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사용 많은 농업분야 타격
스마트농업 전환 부담 가중
농기계 전기화 연구·보급 차질
농가 비용증가 대응책도 미흡
생산비 급증 등 악영향 ‘막대’
이미지투데이

한국전력공사가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스마트농업 확산 등 정부가 집중 추진하는 정책과 배치되는 데다 농가의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대응책도 미비해 그대로 추진하기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작성한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 수립 연구 보고서’에는 육묘, 작물 재배, 축산, 농산물 저온보관 등에 적용되는 농사용(을) 저압 요금에 계절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농사용(을) 고압의 계절별 전력량요금 배율을 확대하고 요금 수준을 높이자는 제안도 담겼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가 바뀔 경우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농업분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농업이다. 윤석열정부는 기후변화와 농업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2027년까지 농업 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농업 중에서도 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수직농장은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고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활용한다. 수직농장 전문기업인 엔씽은 한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팜(수직농장)의 단점은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이라며 “전력 수급 방법에 태양열·지열 등을 활용한 관련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 (전력 사용 문제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직농장의 전력량 사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활용방안이 거론되지만 기업체조차 걸음마 단계인 상황이다.

온실 내 생육환경을 제어하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운영 농가에도 전기요금은 생산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경북 청도의 스마트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이종화씨(59)는 “4958㎡(1500평) 규모의 농장에서 육묘부터 수확 때까지 냉난방기·스프링클러 등을 가동하는 데만 매년 1000만원의 전기요금이 든다”며 “정부가 스마트팜 시대를 외치면서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생산비 급증으로 스마트농업의 발전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과 엇박자를 내는 정부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2050년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모든 농기계의 전기화 전환을 목표로, 전기 농기계의 연구개발과 보급 확대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농기계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인데, 전기요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전이 수시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농가를 위한 대응책도 부실한 실정이다.

현재 농정당국이 시설·축산 농가 등의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시행 중인 주요 정책은 ‘농업에너지 이용효율화사업’에 그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열·폐열 냉난방시설은 80%(국비 60%, 지방비 20%), 공기열 냉난방시설은 70%(국비 40%, 지방비 30%)의 설치 비용을 보조한다.

하지만 정부 보조를 받아도 농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데다 수혜 대상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사업 예산을 지난해 77억원에서 올해 127억원으로 늘렸지만 사업 대상 농가·법인은 44곳에서 45곳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사업마저도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내년 예산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을 증액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며 “대신 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 기존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림업 부문 에너지 이용 실태분석과 효율화 방향’ 보고서를 통해 “농사용 전기제도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보조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유지해온 측면이 있다”며 “농업경영비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면밀한 분석과 대비 없이 제도를 축소·폐지할 경우 농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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