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수호 위해 물러났다”… 바이든의 마지막 미션
바이든, ‘해리스 지지’ 全大 연설… “미국이여, 나는 최선을 다했다”
52년 정치 여정 사실상 마무리
해리스 “역사에 남을것… 감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나는 내 일(대통령직)을 사랑했지만 미국을 더 사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52년간의 긴 정치 여정의 마무리를 알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권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을 자신이 남긴 최선의 업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우려 속에 대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직에서) 기꺼이 물러날 수 있었다”며 “2020년에 그랬듯 2024년에도 민주주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투표에 나서 상원을 지키고, 하원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트럼프를 이겨야 한다”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위 러브 조(We love Joe·바이든을 사랑한다)”를 연호했다.
민주당은 이날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추대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대선 후보 수락 공식 연설을 갖는 해리스 부통령도 예고 없이 무대에 올라 큰 환호를 받았다. 그는 “역사에 남을 당신(바이든)의 지도력과 미국을 위한 평생의 봉사에 감사한다”며 “11월 대선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미국을 앞으로 전진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찬조 연설에 나서 “우리는 미국이라는 이야기의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며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꿈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으로부터 두 개의 횃불을 넘겨받았다”며 “젊은 새로운 후보와 함께 민주당 연합이 재건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생큐 조” 연호에 눈물… 해리스 “평생의 봉사에 감사”
美 민주당 전당대회 르포
“해리스 부통령 임명, 최고의 결정”… 바이든, 45분간 연설서 지지 당부
부인 질 여사 “함께 싸우고 이길것”… 사퇴 촉구했던 펠로시도 “생큐”
“나의 아버지이자 여러분의 46대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소개합니다.”
자신을 소개한 딸 애슐리 바이든과 포옹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의원과 지지자들이 “위 러브 조(We love Joe)”와 “생큐 조(Thank you, Joe)”를 연호하자 눈물을 흘렸다. 티슈로 눈물을 닦아낸 뒤에도 눈가는 촉촉했다. 4분 30초간 이어진 기립박수가 잦아들자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이 인생의 시작이자, 중간이자, 끝”이라며 “하지만 미국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한 것은 내 정치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결정”이라며 “최고의 날은 우리의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52년간의 정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후계자이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것. 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결을 촉구한 것이다.
해리스, 바이든과 포옹 19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단에 등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앞줄 왼쪽)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뒷줄 왼쪽)와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두 사람의 포옹을 지켜보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
● 바이든 “트럼프 당선 막아야”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때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후보 자격으로 처음 참석했다. 이듬해 1월 상원의원으로 워싱턴 정계에 입문했고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거쳤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1월 4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하는 그가 참석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전당대회로 여겨진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이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지 기능 저하 논란에 휩싸이고 6월 27일 트럼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하자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현직 미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베트남전 후폭풍으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렸던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약 45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우선이고 미국을 가장 뒤에 놓는다(Trump first, America last)”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의 2020년 대선 불복을 거론하며 이번 대선에서도 불복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했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 사퇴 촉구했던 펠로시도 “생큐, 조”
남편의 사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도 연단에 등장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새 세대에 영감을 주는 용기, 결단, 리더십을 봤다”며 “우리는 함께 싸우고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역시 연설자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바이든은 민주주의의 챔피언이자 백악관이 위엄과 품위, 능력을 되찾게 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TV토론 참패 직후 바이든 대통령 사퇴 요구를 주도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관중석에서 “생큐 조”를 연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을 위한 평생의 봉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눈물까지 훔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X’에 “바이든의 품위와 회복력, 미국을 위한 약속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존경한다”며 “그를 대통령으로, 친구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썼다.
‘인권 운동 대부’ 잭슨 목사 휠체어 타고 입장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로 꼽히며 1984, 1988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도 참가했던 제시 잭슨 목사가 19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가고 있다. 파킨슨병으로 휠체어를 탔지만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시카고=AP 뉴시스 |
시카고=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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