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계 삼엄했던 탈북 루트로 12일간 2명 귀순
北, 두 번 다 발견하지 못한 정황
북한군 1명이 20일 이른 새벽 동해선 인근을 통해 강원도 고성으로 남하해 우리 측에 귀순했다. 지난 8일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인천 교동도로 귀순한 지 12일 만이다. 과거 경계가 삼엄했던 주요 탈북 루트로 귀순이 이어지면서 북한군의 지뢰 매설 및 수해 복구 등 잇단 작업으로 야간 경계가 허술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달 가까이 이뤄진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도 귀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20일 “(귀순 북한군을) 군사분계선 이북에서부터 우리 군 감시 장비로 포착해 정상적인 유도작전을 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북한군은 강원도 고성 동해선 인근 오솔길을 따라 도보로 육군 22사단 작전지역으로 귀순했다. 그는 인민군복 차림이었고 계급은 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선 일대는 올해 초부터 북한이 지뢰 매설과 불모지화 작업 및 대전차 방벽 건설을 진행하며 북측이 ‘국경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 곳이다.
최근 귀순자 2명이 내려온 동해선과 교동도는 평소 탈북을 막기 위해 북한군이 경계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에서 직접 탈북하기 쉬운 루트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동해선 인근 지역은 주변에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 북측 관측에서 몸을 숨기기 용이하다”고 전했다. 지난 8일 교동도 귀순 루트 역시 썰물 때에는 2.5㎞ 거리 대부분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두 탈북 사례에서 총성 한번 울리지 않는 등 북측은 탈북자를 발견하지 못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고성 탈북 과정에서는 달이 훤히 떠 있었는데도 북측의 식별 동향은 없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군이 접경지 등에서 낮에 수해 복구와 지뢰 매설 등 잇단 작업에 투입되면서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군의 기강과 감시 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교동도 탈북과 관련해서 “수해·방벽 공사 등으로 북한군이 피로해 졸다가 식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군인은 한국에 대한 동경으로 귀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 군이 모든 전선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멀게는 30km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 군은 현재 대북 확성기 방송 효과를 평가하고 있는데, 당분간 지속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상황이 안 좋으니 최근 탈북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직접 수해민을 달래는 행사까지 공개적으로 펼치는 것은 민심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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