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민주·공화 모두 사라진 ‘北 비핵화’, 우리는 이대로 문제없는가

조선일보 2024. 8. 2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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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채택한 새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지웠다고 한다. 2020년 작성된 기존 정강엔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란 표현이 있었지만 이것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공화당 정강에서도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언급은 물론 비핵화란 표현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해 온 북한 비핵화가 동력을 잃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느 당이 집권하든 차기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대신 핵 군축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핵 군축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그런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북한은 우리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려 할 것이다. 핵보유국이 돼 한국 위에 올라서겠다는 북의 오랜 집념이 이뤄지게 된다. 국가적 위기라고 봐야 한다.

작년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가동했고, 지난달엔 미국의 핵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 억제’ 핵 작전 지침에 합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에선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국의 핵우산이 이전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이 시각에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2년 전 합참은 북한이 2027년쯤 핵무기 200기 이상을 보유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지금은 그 시기가 더 앞당겨졌을지 모른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한국의 핵무장을 막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핵이 없는 한국은 북한뿐 아니라 더 많은 핵을 가진 중국·러시아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북·러는 한쪽이 공격당하면 자동 개입한다는 사실상의 동맹 조약에도 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민주·공화당이 모두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를 지웠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우리를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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