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窓] 어느 검사의 헌법 공부
성남지청 강백신 차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탄핵소추와 관련한 글들을 여러 편 올리고 있다. ‘권력분립의 원리와 탄핵 제도의 헌법적 기능 및 한계’ ‘탄핵 소추 관련 국회의 조사 범위에 관한 검토’ 등 묵직한 글들은 그가 퇴근 후나 주말에 헌법을 공부해 쓴 것이라고 한다.
강 차장검사는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했던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의해 탄핵안이 발의됐다. 그는 국정 농단 사건과 조국 사건을 모두 수사했던, 좌우를 가리지 않는 강골 검사다. 한때 국정감사장에서 오전에는 여당, 오후에는 야당의 ‘정치 검찰’ 명단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검사들이 줄줄이 탄핵 대상이 되는 상황은 차원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글에서 “정파적 목적으로 발의된 탄핵의 남용 사례”라며 “문제점과 책임 있는 사람을 명확히 해두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그는 더 이상 수사를 할 수도, 글을 쓸 수 없다.
정치인을 수사한 검사들, 취임 3일째의 방통위원장까지 ‘직무집행의 위법’을 이유로 탄핵당하는 상황이 되자 법조계에서는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할 방안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속시원한 방법은 탄핵을 남용하는 국회의원들을 탄핵하는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은 국회에 탄핵소추 권한만 주고 국회의원은 탄핵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강제 해산해 임기를 종료시키는 ‘국회 해산권’도 현행 헌법에는 없다.
7만7000여 명이 동의한 국회 청원대로 민주당을 위헌 정당으로 해산 청구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해산 청구하고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그 정당은 해산된다. 북한을 추종하며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했던 통합진보당이 이렇게 해산됐다. 그러나 정부가 170석이 넘는 민주당을 통진당처럼 다룰 수는 없고, 헌재도 그때처럼 해산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행 헌법은 다수의 횡포에 무력하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지금처럼 국회가 권력을 남용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을 만들 때는 대통령의 독재를 막는 데만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도 없애고 국회의 국정감사권을 부활했다. 그 결과 여소야대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은커녕 ‘제왕적 국회’만 남게 됐다.
현행 헌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면 비(非)헌법적인 방법으로 ‘국회 해산 국민청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생은 외면하고 ‘무고성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라면 해산돼도 마땅하다. 여기에 수백만명이 동의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국회를 해산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국민 눈치 안 보고 제도를 남용하는 행태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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