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과 구대성이 박수를 쳤다… 최강 야구 역대 최고 순번, 당당히 롯데의 선발이 되나

김태우 기자 2024. 8.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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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키움전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개인 경력 최고의 피칭을 펼친 정현수 ⓒ롯데자이언츠
▲ 2군에서는 잘 던지다가도 1군만 올라오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던 정현수는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지점을 만들어냈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롯데는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연장 10회 터진 전준우의 짜릿한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하지만 이날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어쩌면 전준우가 아니었다.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서 홀드를 챙긴 정현수(23·롯데)가 팀의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선발로 나선 이민석의 제구가 흔들렸다. 2⅓이닝 동안 안타 4개는 물론 4사구도 4개를 내주며 키움 타선에 고전했다. 1회에만 3점을 내줬다. 팀이 4-3으로 역전한 3회에도 내용이 좋지 않았다. 선두 김혜성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김혜성의 도루 시도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이후 송성문 최주환에게 모두 볼넷을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여기서 과감하게 정현수를 선택했다. 더 밀리면 분위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정현수를 믿고 밀어붙였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정현수는 변상권과 원성준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긴장이 풀린 듯 4회부터도 자기 공을 잘 던졌다. 4회 이승원 김건희를 모두 삼진 처리했고, 박수종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했다. 5회에는 선두 이주형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타를 봉쇄하고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렇게 3⅓이닝 동안 48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리드를 지키고 홀드를 챙겼다. 승리투수 못지않은 공헌도였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구대성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정현수의 커브를 극찬하면서 투구 내용에 박수를 쳤다.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0㎞ 남짓이었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확실한 결정구인 커브를 앞세워 키움 타선의 기를 죽였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내려온 정현수는 아직 여운이 있는 듯 한동안 상기된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서성거렸다. 선수 앞에서 평가에 인색한 김태형 롯데 감독도 정현수를 불러 박수를 치면서 직접 격려했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정현수의 투구 내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본 그대로 너무 잘 던졌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다”고 지난 일요일을 떠올리면서 “5선발로 삼성전에 선발로 한 번 써볼까 생각 중이다. 오늘(20일)은 쉬고 내일은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부산고를 졸업했으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정현수는 송원대에서 야구를 이어 나갔다. 그가 팬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국제 대회나 대학 무대에서의 뛰어난 성적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오디션을 뚫고 최강야구의 일원이 된 정현수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2024년 롯데의 2라운드(전체 13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계약금만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목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방송 출연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

▲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의 투구를 칭찬하면서 선발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롯데자이언츠

즉시 전력감으로 보고 뽑았지만, 올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2군에서는 잘 던지는데, 1군에 올라오면 이상하게 야구가 안 풀렸다. 그 결과 1·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김태형 감독은 “긴장을 많이 했다. 본인 공을 던지지를 못했다. 공 구위 자체는 2군에서 좋은 보고가 온다. 그런데 올리면 (패스트볼) 구속이 136~137㎞이고, 2B로 시작하고 그랬다”면서 “본인이 2군에서 던졌던 그게 나왔던 것 같다. (이전에는) 2군에서 봤던 그 공을 볼 수가 없었다. 선발로 고척에서 던졌을 때도(6월 23일 키움전) 1회 괜찮다가 갑자기 제구력이 안 되고, 힘이 들어가니까 (공이) 확 빠지더라”고 했다. 좀처럼 1군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18일 키움전은 자신의 경력에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롯데는 18일 선발이었던 이민석을 19일 말소했다.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김 감독도 계속 더 기회를 줄 심산이었는데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그렇게 결론이 났다. 선발 한 자리가 다시 비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24일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정현수가 여기서도 가능성을 보인다면 자신을 괴롭혔던 긴장이 사라지고 자신감을 가진 채 남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스타 탄생의 필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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