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세상을 잇고, 추억을 품다] 10. 인제 원통버스터미널
1974년 4월 개장 2009년 현 건물 신축
군 장병 휴가 출발 관문 상권 부흥 이뤄
버스 이용 증가 숙박·식당·군장점 형성
군 셔틀버스 운행, 터미널 쇠락기 직면
인제 농어촌버스 기종점 중요성 여전
터미널 보수 운영기금 대학 장학금 지원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강원도 인제와 원통에서 군생활을 한 예비역들이라면 누구나 들어 본 말이다. 이쪽 지역은 산이 너무 험하고 군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제’와 ‘원통’이란 지명은 조선 17대 임금 효종이 청으로 끌려가면서 생겼다는 설도 있다. 그만큼 산악지형이 많다는 것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은 군장병들의 휴가는 물론, 지역민들에 타지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인제군 북면에 위치한 원통버스터미널은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북적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원통터미널은 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장소이다.
■ 가건물에 좌판만 있었지만 주민들과 군인들로 북적이던 터미널
원통버스터미널은 현재 인제군 북면 원통로 147번길 31에 위치해 있다. 원통버스터미널의 경우 지난 1974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차고면적은 1,000여㎡, 승합대기실의 건평은 76㎡ 규모다. 처음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북면 원통로 147번길 39-1, 원통오거리 인근에 터미널이 있었지만 1979년 한 번 이전 절차를 거쳤다. 한동안은 슬레이트를 사용해 지어진 가건물로 운영이 됐으나 2009년 6월 현재 터미널 건물을 신축됐다. 건물이 새로 지어지기 전인 2006년에는 지번을 수정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당시 원통버스터미널은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휴가를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버스터미널이 처음 생겼을 때는 주변에 마땅한 상권도 없이 좌판만 있었지만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68년부터 원통에 거주하며 터미널 인근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했던 김부용씨도 처음 인제에 들어온 건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서였다. 당시 원통버스터미널 대합실을 회상하며 김 씨는 군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북적였고 그들에게는 생명과도 다를 게 없는 곳이라고 했다.
김 씨는 “당시에는 서울까지 5시간 반 걸리기도 하고 노선도 많지 않았지만 이용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차에 매달려 가기도 했다”며 “특히 군인들이 많았고 지역 주민들도 병원을 이용하거나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버스를 타고 외지로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터미널 근처에서 운영하던 김 씨의 숙박업소 역시 이용객 80%는 인근 부대의 군인들이었다. 당시에는 버스가 일찍 끊기거나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터미널 인근 숙소에서 하루를 머물고 행선지로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 씨는 “내가 40년 정도 터미널 바로 옆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했는데 그때만 해도 길이나 차가 안 좋다보니 직통으로 못 가고 경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럴 때 숙소에서 자고 가려는 군인, 주민들이 숙박업소로 몰려 복도에서 잠만이라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노선 감축·이용 감소 예전 같지 않은 터미널
그렇게 군인과 주민들로 북적이던 원통버스터미널이지만 지금은 많은 이유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쇠락하고 있다. 당초 원통터미널 노선의 경우 속초권과 수도권을 운행하는 버스가 경유하는 식으로 운행됐는데 대부분의 노선이 감축된 상황이다.
속초~고양 노선의 경우 일일 7회에서 3회로 줄었고, 속초~원주 노선도 6회에서 3회로 각각 줄었다. 심지어 춘천과 인제를 직통으로 오가는 시외버스는 하루 2편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 2023년 1월부터 재개된 노선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인제에서 춘천에 위치한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홍천을 경유해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충남이나 호남으로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동서울이나 원주를 반드시 거쳐가야 한다.
예전 시외버스터미널의 주요 고객이었던 군 장병 상당수가 버스터미널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인제 원통에서 군 생활을 한 김광수(67)씨는 원통터미널에 대해 인제터미널에는 버스가 안 서도 원통터미널에서는 군인들 때문에 버스가 서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군장점도 많았고 군인들을 위한 식당, 숙박업소도 많았지만 지금은 원통터미널 인근 상권을 이용하는 군인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병영 문화가 바뀌어 휴가를 나갈 때 부대 버스를 이용해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아예 부대 내에서 버스를 이용해 서울이면 서울, 춘천이면 춘천으로 가는 셔틀을 운영한다고 들은 것 같다”며 “원통터미널 버스의 경우 직통으로 가는 게 거의 없으니까 이런 셔틀이 운영되면서 예전처럼 군인들이 터미널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과 함께하는 원통버스터미널
그럼에도 아직까지 지역에서는 원통버스터미널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원통터미널의 경우 북면, 서화면 각지로 운행하는 인제군 농어촌버스의 기종점이다. 원통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농어촌버스의 경우 서화면, 인제읍, 가아리 등 인제 지역 내는 물론, 양구 해안, 홍천 등 인근 타 지역까지 주민들의 발이 돼 주고 있다.
또 원통버스터미널을 위해 모금된 기금이 원통지역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 경우도 있다. 원통버스터미널이 원통 지역 상권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주변 상인들은 터미널 운영주체인 금강운수와 함께 터미널을 보수하고 부지 구입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를 조성했다. 운영위원회에 소속된 상인들은 2000원, 3000원씩이라도 걷어 원통터미널이 지역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 왔다.
이후 2009년 원통버스터미널이 신축된 이후에는 운영위원회가 더 이상 할 역할이 없어졌으나 잔여금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미 수 십년이 지나 이사를 가거나 돌아가신 분도 많은 상황에서 돌려줄 수도 없는 돈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던 운영위원회는 해당 모금액을 원통고를 졸업해 대학에 간 학생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작은마음장학회에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약 2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기탁됐으며 지금도 지역 출신 대학생을 지원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박기태 작은마음장학회 운영위원장은 “작은마음장학회는 원통고 졸업생 중 대학에 간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터미널 운영위원회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모은 돈을 지역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탁해 주셔서 현재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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