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다가 소름"…'신들린 연애', 차별화된 연프를 만들기까지[TF인터뷰]
김재원 CP·이은솔 PD 인터뷰
"'미신 조장' 비판 걱정했으나…좋은 반응 감사"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돌싱, 환승, 남매, 동성 등 다양한 키워드를 내세운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올 만큼, 대한민국은 연애 프로그램 천국이다. 이런 가운데 '신'과 '운명'을 내세운 '신들린 연애'가 등장해 또 한 번 연애 프로그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SBS '신들린 연애'는 제목처럼 신과 함께 하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무속인, 사주 전문가, 타로 마스터 등 점술가 남녀 8인이 출연했다. SBS 시사교양본부 소속 김재원 CP와 이은솔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23일 종영한 이 프로그램은 최종 커플을 두 쌍 탄생시켰고, 이 중 한 커플은 여전히 연애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현커(현실 커플)'로 이어진 퇴귀사 박이율과 타로 마스터 최한나는 운명을 거스르고 인간적 이끌림에 따라 서로를 선택해 많은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김재원 CP와 이은솔 PD는 "연애 프로그램이 이미 많은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부담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연애 프로그램 문법을 따르지 않고 운명에 대해 다뤄서 결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시청자분들도 그 점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 "'미신 조장' 비판 걱정…지상파 편성 고민했죠"
'신들린 연애'는 "점을 보는 사람들은 연애를 어떻게 할까"라는 이 PD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PD는 "요즘 취업도 어렵고 연애도 힘들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점을 보러 많이 다닌다고 들었고, 점술가들 중에 연령대가 낮은 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 제작진 '신들린 연애'가 자칫 미신을 조장하는 것처럼 비치진 않을까 우려했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지상파 채널에 적합할지 걱정하고 OTT 공개도 고민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만들고 OTT 기업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히려 "지상파에서 방송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18년 대한민국 점술 시장 규모가 약 4조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팬데믹 전이 그 정도니 지금은 훨씬 크지 않을까요. 샤머니즘을 맹신하는 것보다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들며 '점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고요."(김재원 CP)
섭외도 쉽지 않았다. 1500여 명을 찾아보고 100여 명을 만났다고 한다. 비연예인이니만큼 많은 검증도 거쳤다. 출연 논의 단계까지 갔으나 모시는 신령님의 반대 때문에 출연이 어렵다거나, 촬영 시기의 운이 자신과 맞지 않아 출연을 거절한 이들도 있었다.
김 CP는 "보통 출연자 섭외를 할 때 연예인은 출연을 승낙했는데 기획사가 반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들린 연애'는 독특하게 출연자는 승낙해도 신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웃었다.
◆ "잘하는 음식? 제사음식"…제작진 쾌재 부른 순간들
신묘한 기운을 가진 출연자들 덕분에 촬영 기간 동안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았다. 촬영 날짜를 정할 때도 고려해야 할 날이 많았고, 장소를 정할 때는 출연자들에게 '기운이 괜찮은가' 물어보기도 했다고. 또 프로그램 자문을 해준 무당에게도 '프로그램이 언제 방영되면 좋을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명장면도 여럿 탄생했다. 자신이 집순이라는 조한나에게 이홍조가 "그런데 집이 왜 이렇게 더럽냐. 다 보인다"고 말하는 장면, 이나무당 함수현이 "자신 있는 음식은 제사 음식"이라고 말하는 장면 등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에 나오지 못한 소름 돋는 순간들도 많았다고.
제작진은 이러한 대화들이 나올 때마다 깜짝 놀라거나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김 CP는 "어떤 연애 프로그램에서 이런 대화가 나오겠느냐"며 "MC 신동엽이 1회 녹화 때 3번 일어났다. 웬만하면 잘 안 일어나는 분인데 녹화하며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묘한 순간들이 프로그램을 입소문 타게 했지만 프로그램을 볼 수록 출연자들의 매력도 눈에 들어온다. 한 시청자는 '신들린 연애' 유튜브 영상에 "출연자들의 성숙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김 CP와 이 PD도 "프로그램을 만들며 저희의 관점과 출연자들의 관점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출연자들이 수행을 했던 분들이라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생각이 깊다.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 많은 분을 상담해 준 경험이 있다 보니 통찰력도 좋고, 말도 잘하더라"라고 말했다.
출연자들에게도 '신들린 연애'가 좋은 추억이 됐다. 특히 주어진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무당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무당 출연자들이 마무리 인터뷰에서 '연애 프로그램 이상의 경험을 했다'며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어요. 이곳에서 운명을 따르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이 '신들린 연애'에 잘 담기며 좋은 메시지를 남긴 것 같아요."(이은솔 PD)
◆ "시즌2, 또 다른 메시지 만들어낼 것"
인기에 힘입어 '신들린 연애'는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아직 시즌2 섭외 단계이기에 제작진은 "어떤 분들이 출연할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우선 시즌1과는 메시지적으로 차이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1은 무당, 사주 전문가, 타로 마스터 등 여러 직업군이 나오며 출연자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으나 제작진은 시즌2도 이처럼 다양한 점술가들을 섭외할 계획이다. 이 PD는 "초기 기획안은 전원 무당을 대상으로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성질이 비슷하고 살아온 인생이나 태도가 유사할 수 있어서였다"며 "신점에 비해 사주는 대중적이고, 타로는 직관적이다. 특징이 다르다. 다양한 점술이 섞어야 관계성이나 갈등이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나올 것 같았다. 시즌2도 다양한 출연자를 섭외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시즌2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을 자신했다. 이 PD는 "'도파민 미쳤다'라는 시청자 반응을 볼 때 기분이 좋았다. 시즌2도 시청자들에게 도파민이 돌게 만들겠다"며 "시즌2도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섭외할 테니 많은 기대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간은 늘 미래를 궁금해하죠. '신들린 연애'는 그런 것을 잘 건드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점술의 신비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일상의 연애를 녹여내 색다른 재미가 나온 것 같아요. 시즌2도 또 다른 스토리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김재원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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