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으로 온 '서울 사람'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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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혼란한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격리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휴가나 출석 인정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라 직장·학교에서의 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당시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들은 즉시 하원하거나 등원하지 못하게 했다.
화상회의와 상사의 전화가 이어지는 재택근무 상황에서 잠에서 깨어난 아이 울음소리는 적에게 들킨 약점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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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혼란한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격리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휴가나 출석 인정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라 직장·학교에서의 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불현듯 3년 전 일들이 떠올랐다. 코로나로 생겨난 재택 시스템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남편은 지방 발령으로 먼저 이주하고, 8개월 아이와 맞벌이 부모 집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때다.
"아이가 콧물이 나서요, 바로 하원해야 해요." 2주에 한 번꼴로 이런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당시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들은 즉시 하원하거나 등원하지 못하게 했다. "아이만 낳으면 다 키워주겠다"고 화통하게 말하던 부모는 직장 생활을 유지해야 했고, 걸음도 떼지 못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재택 시스템 덕에 아이를 데려와 한 공간에 두고 일했다. 화상회의와 상사의 전화가 이어지는 재택근무 상황에서 잠에서 깨어난 아이 울음소리는 적에게 들킨 약점 같기도 했다. 소리가 들릴까 싶어 우는 아이를 외면하고 문을 닫은 채 가장 조용한 곳에 들어가 전화를 받던 날들은 아직도 떠오르는 수치스러운 순간이다. 그렇게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1년여를 버텼다.
버티다 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싶었다. 그 무렵 은퇴한 아버지가 4기 암 판정을 받았다. 병간호를 시작한 엄마 곁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보관해두었던 사직서를 꺼내야 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났다.
4개월 계약직, 경단녀 환영 고객관리 담당자 모집, 농기계임대사업 운영 기간제 근로자 모집…. 내가 이주해 살 곳의 채용 공고는 두 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끝났다. 홍천 이주 일주일도 안 돼서 채용 정보 사이트는 왜 뒤지고 있는 걸까.
가족의 근무지 이동으로 무작정 이주한 땅. 전국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중 면적(1,820㎢)이 가장 넓지만 인구 6만7,000여 명으로 인구 밀도가 희박한 대표적인 인구 소멸 지역에 내가 설 자리 하나 없겠나. 설마 했던 현실이었다. 겨우겨우 뒤져 찾아낸 일자리는 집에서 40분 거리 춘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럴 바에야 1시간 10분이면 도착하는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및 세대 현황에 따르면 홍천군의 청년 인구 비중은 2013년 24.43%에서 2022년 18.79%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왜 청년이 이곳을 떠나는지는 먹고살 궁리를 시작하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홍천군 사회조사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중 '각종 일자리 창출' 필요성에 대한 수요가 40.7%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을 떠날 때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했다. '잠시 멈추어 더 나이 들기 전에 안주하기 전에 다른 일도 손에 넣어 보자'고. 정보의 바닷속에서 12년간 온종일 콘텐츠를 생산하던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촌 생활을 시작하며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이 몰아쳤다. 그 두려움 속에서 나는 스스로 내 이름을 다시 써 내려 가야 했다.
나를 '서울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 고장의 어르신들과 변화를 꿈꾸는 소상공인, 로컬 청년들의 소소한 연대. 서울에서만 살았던 30대 워킹맘, 나의 대책 없었던 귀촌기가 그렇게 시작됐다.
김도담 지역가치창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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