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15] 신문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
여름이 되고 최근에는 이른 아침 신문을 읽고 오전 산책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신문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신문 안의 세상을 보고 나서 신문 바깥의 세상을 보면 그 둘이 이어지는 기분이 들고 그것이 내게는 일종의 평온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주택담보대출, 유류세 같은 신문 속 세상은 바닥에 붙은 껌, 색색깔의 간판, 점포 임대 표시, 흐릿해진 횡단보도의 하얀 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어진다.
최근 산책을 할 때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둘 있다. 한 명은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매일 마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늘 취해 있고 동그란 테이블 위에는 막걸리병이 위태롭게 놓여 있다.
다른 한 명은 근처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아저씨. 그곳은 점심때쯤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만의 산책 장소인데 그 아저씨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몰라도 항상 일주일 이상을 씻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그곳에 있다. 짐의 양과 행색을 보면 노숙자이거나 그와 비슷한 상태인 듯했다.
나는 산책이 끝나고도 종종 그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과거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결정을 내렸고, 뭘 하다가 지금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을까. 동시에 그들의 과거 결정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개인의 성실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적부터 듣고 자랐다. 그러나 정말 그것만으로 인생이 100% 결정이 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성실도가 기반이 되어야겠지만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의 사는 모습이 달라진다. 당신이 아이를 출산한 엄마라면 육아 휴직제도 관련 정책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이사를 앞둔 사람이라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대출 금리에 관심을 가질 터다. 정책의 작은 변화도 가정 혹은 개인에게 큰 파장이 될 수 있다.
신문을 보기 전까지 나는 정치에 무지한 사람이었고 정책 변화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컵라면이 새롭게 출시되면 그걸 먹을 생각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 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문을 보면서 정치인이 정책을 내놓고 그게 통과가 되는지에 따라서 세상이 바뀌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정책이 바뀌면 사무실에 앉아 있는 수많은 회사원부터 매일 막걸리를 마시는 할아버지, 노숙자들의 상황까지도 달라진다.
신문 속 세상과 바깥은 분명히 이어져 있다. 신문 속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바깥의 세상을 사는 당신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신문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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