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4] 신안 증도 농게간장게장
고려조와 조선조에 개경이나 한양으로 가던 많은 조운선이 안흥량을 지나다 침몰했다. 그곳은 조운로 중 험하기로 소문난 뱃길이다. 오죽했으면 난행량이라 불렀으며, 무탈하게 지날 수 있도록 지명마저 안행량이라 바꿨을까. 800여년 후 발굴된 침몰선에서 ‘죽산현’이라 적힌 ‘죽찰’이 발견되었다. 죽산현은 오늘날 해남 지역이며, 죽찰은 수화물 인식표다. 그 표에는 ‘죽산현에서 서울에 있는 교위 윤방준 댁에 올림 게 젓갈 1항아리 4말을 넣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같은 침몰선에서 농게 집게발과 게딱지가 담긴 옹기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간장게장 흔적이다. 지금은 해남군 마산면에 갯벌이 없다. 하지만 한때 농게가 서식하기 좋은 우리나라 최고 펄갯벌 지역이었다. 지금도 신안, 무안, 영광에서 여름과 가을이면 즐겨 농게간장게장을 즐긴다. 농게는 칠게와 달리 단단한 껍데기와 큰 집게발로 이루어져 게장을 담으면 물러지지 않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주민들은 농게장이라 부른다.
농게는 달랑게과에 속하는 게로, 붉은 발을 가진 ‘농게’와 흰발을 가진 ‘흰발농게’가 있다. 농게는 펄갯벌에 서식하고, 흰발농게는 모래갯벌에서 서식한다. 모두 암컷은 체형이 수컷보다 작고, 수컷은 한쪽 집게발이 크다. 큰 집게발을 높이 쳐들어 암컷을 유혹하고, 다른 수컷을 위협하기도 한다. 갯벌에 구불구불 서식굴을 마련하는 칠게와 달리 수직으로 굴을 파고 살기 때문에 어민들이 맨손으로 잡기 좋다. 또 물기가 있어야 하는 칠게와 달리 바닷물이 잘 들지 않는 단단한 조간대 상부 갯벌을 좋아한다. 염생식물이 자라는 육지와 가까운 갯벌에 서식굴을 마련하기도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스스로 흙을 퍼서 구멍을 막는 지혜로운 생물이다.
농게장을 맛있게 먹었던 곳은 화도 밥집이다.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섬에서 만난 주민이 갯벌에 손을 깊게 집어넣어 잡은 농게를 ‘꽃게’라며 보여줬다. 농게의 붉은색 게딱지와 다리를 생각하면 주민들이 부르는 ‘꽃게’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농게 중 식재료 이용하는 것은 붉은 발 농게다. 흰발농게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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