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코로나 재유행, 우리가 해야 할 일
예산·인력 확충과 무너진 의료체계 회복 필요
최근 코로나19로 입원하는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 비하면 90명대 수준에서 지난주 1300명을 훌쩍 넘기는 추이를 보이고 있고 8월 마지막 주에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7월 중순부터 시작된 경구 항바이러스제의 품절 상황으로 고위험군 코로나19 환자에게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유행 예측의 실패보다는 경구 항바이러스제 비축의 실패가 주원인으로 본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감시체계가 축소되었고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감수성의 변화로 정교한 유행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5∼6개월 간격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된 것으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유행 진폭이 커지는 경우 초기 대응에 부족함이 없도록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해야 했다. 그럼에도 경구 항바이러스제 비축 예산은 2023년 대비 50% 이상 삭감되었고 건강보험급여 등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정부의 치료제 공급 중단을 초래하였고 기존 의료체계 내에서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유통하거나 보관하는 길도 열어주지 못했다.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비와 대응은 흔히 국방이나 안보 전략에 비유한다. 잘 훈련된 의료진을 양성하고 유지하고 견고한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양질의 물자를 충분히 비축해야 하고 적시에 공급할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배정과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국립보건원(NIH),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관 등 보건의료 관련 부처의 예산을 전년대비 약 6% 증액한 602억달러로 책정하였고 유럽도 신종 감염병에 대비·대응하기 위하여 보건의료 예산을 확충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이후 전체 보건의료 예산이 증가하였으나 실제 보건의료 예산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33종의 신종감염병 후보 병원체를 선정하여 발표한 바 있고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CDC 국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조류독감 팬데믹은 일어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느냐 하는 시기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가시화되고 있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하여 국가 예산을 늘리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며 의료체계를 부지런히 정비하고 있다.
우리는 높은 시민의식과 의료계의 헌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자료를 축적하였다. 새로운 팬데믹은 가까운 시기에 예고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코로나19 엔데믹 시기에 새로운 팬데믹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고도화된 대응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배정과 주무 부처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체계의 회복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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