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달다 숨지도록…폭염 속 급식실엔 ‘선풍기 2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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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 증세로 숨진 가운데, 사망 당일 작업 공간에는 선풍기 2대가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ㄱ(27)씨가 숨진 당일, 작업 공간에 냉방기기는 선풍기 2대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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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체격에도 못 버틸 작업환경
폭염 속에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 증세로 숨진 가운데, 사망 당일 작업 공간에는 선풍기 2대가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폭염에 대한 안전의식 부재가 청년 노동자를 스러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ㄱ(27)씨가 숨진 당일, 작업 공간에 냉방기기는 선풍기 2대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장성의 낮 최고 기온은 34.4도였다.
ㄱ씨 가족들은 ㄱ씨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때엔 일용직 건설 현장에서 일할 만큼 체력과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현역병으로 전역한 ㄱ씨는 건설안전보건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 180㎝, 몸무게 75㎏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ㄱ씨도 폭염을 견디며 일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ㄱ씨 어머니는 사망 전날인 12일에도 ㄱ씨가 폭염에 지친 모습이었다고 기억한다. ㄱ씨의 어머니는 “(출근 첫날) 아들이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며 ‘주머니에 있던 담배가 모두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8도에 이르렀고, ㄱ씨는 아침 8시께부터 저녁 7시4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일했다. ㄱ씨는 이날 속옷까지 땀에 젖을 정도로 더위를 느껴 냉각모자 착용 등을 요구했으나 팀장 등은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ㄱ씨는 출근 이틀 만에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숨졌다. 사망 전 헛소리를 하거나 같은 자리를 도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두차례 외부를 오가며 구토한 뒤 화단에 쓰러졌다. 동료들은 화단에 쓰러진 ㄱ씨를 딴짓한다는 생각에 1시간가량 방치한 뒤 119에 신고했다. 이어 ㄱ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망 당시 체온은 40도가 넘어 측정할 수 없었다.
ㄱ씨 어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응급실에 뛰어 들어가 보니 아들의 팔과 발이 불에 탄 것처럼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며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출근했던 우리 아들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불쌍하게 죽었다.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꼭 밝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박영민 노무사는 “고인이 출근 첫날부터 작업 현장으로 바로 간 것으로 봤을 때 채용 전 산업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응 요령으로 시원한 물과 그늘 휴식처, 보랭 장구 등을 제공하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으면 매시간 15분 휴식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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