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글로벌 톱 50' 제약사로 한걸음
리브리반트 SC제형 및 단독요법 기대감↑
"한국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신약 될 것"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음에 따라 회사의 '글로벌 톱 50' 제약사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얀센은 이번에 승인받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IV제형 병용용법 외에도 올해 6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SC제형을 FDA에 추가로 허가 신청한 상태다. 일본·유럽·중국 등에서도 상용화 절차에 돌입한 만큼 렉라자를 주축으로 한 매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활성을 억제해 암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1상을 진행하던 2018년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얀센에 총 1조 40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허가가 확대됐다. 올해 2월 FDA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IV제형 병용용법을 6개월 이내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우선심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승인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 신약이 FDA 승인을 받아 출시까지 이어진 첫 사례다. 그동안 수면장애, 뇌전증, 자가면역질환 등에서 다양한 국산 신약이 FDA 승인을 받았지만 항암제는 빈번히 고배를 마셨다. 앞서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회사 창립 100주년인 2026년에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 만큼 회사 안팎에서는 렉라자의 미국 진출 여부가 글로벌 50위권 도약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성과의 역사적 의미가 크다.
얀센은 FDA 외에도 일본·유럽·중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 제약 시장 대부분에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용법의 상용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렉라자가 FDA에 이어 유럽과 중국에서도 승인을 받으면 유한양행이 올 한 해에만 마일스톤으로 1800억원을 수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에 따른 최소 10% 이상의 로열티도 따로 지급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 치료제로 평가되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도 직접적인 경쟁도 시작된다.
리브리반트 SC제형 병용용법과 렉라자 단독요법에 대한 승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SC제형을 투여한 경우 생존율이 리브리반트 IV제형 대비 14%포인트 높다는 임상결과를 토대로 FDA에 추가로 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9월 세계폐암학회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 효과를 평가한 임상 3상 후속 결과도 발표된다.
렉라자는 지난해 6월 국내 1차 치료제로 허가가 확대된 이후 6개월 만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올해 1분기 처방 200여억원을 달성했다. 유한양행은 연내 1000억 원의 처방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사회공헌 차원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 해당 의약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렉라자의 FDA의 승인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유한양행 연구개발(R&D)투자의 유의미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FDA 승인이)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임상 3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당 요법은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23.7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6개월 보다 길었다. 반응 지속 기간도 25.8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8개월보다 9개월 더 길었다.
존슨앤드존슨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크리소(오시머티닙) 단독 요법보다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키고 중간 지속 기간이 9개월 더 길다는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근거한다”며 “비소세포폐암에서 최고의 치료법을 찾으며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고 성명을 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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