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울려퍼진 엘도라도' 12승 원태인 단독 1위, 2위 삼성 4연승…이승엽의 두산 3-0 완파[포항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 상대로 올 시즌 강세를 이어 가면서 2위 굳히기를 시작했다.
삼성은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과 팀간 시즌 13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2위 삼성은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64승52패2무를 기록했고, 4위 두산은 2연패에 빠져 시즌 성적 61승57패2무에 그쳤다. 두 팀의 거리는 4경기차까지 벌어졌다.
삼성은 지난해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 빼앗겼던 '약속의 땅' 타이틀도 되찾았다. 삼성은 지난해 7월 4일부터 6일까지 포항에서 치른 두산과 3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의 포항 방문 경기로 눈길을 끌었는데, 약속의 땅은 이승엽의 손을 들어줬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선수로 뛸 당시 포항야구장에서 39경기 타율 0.362(141타수 51안타), 15홈런, 45타점을 기록하고, 2015년 6월 3일 포항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KBO리그 역사상 첫 400홈런을 달성하는 등 좋은 기억이 많았는데 감독으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도 포항의 기운을 이어 갔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올해만큼은 이 감독에게 갔던 포항의 기운을 되찾고 싶어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작년에는 포항 3연전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두산한테 조금 안 좋았다. 올해는 결과적으로 정반대 현상을 지금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두산전에 올 시즌 좋은 결과가 있었고 선수들이 이제 상대하면서 자신감도 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포항에서 작년에 우리가 조금 안 좋았던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다시 바꿔야 될 상황"이라고 했는데 3연전의 첫 경기를 잡으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포항 성적 42승23패1무로 승률 0.646를 기록하면서 다시 약속의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줬다. 아울러 삼성은 올 시즌 두산 상대 전적 11승2패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이어 갔다.
올해 포항에서는 두산과 이번 3연전만 열리는 만큼 많은 관중이 함께했다. 평일인데도 1만2120석 가운데 1만64석이 채워졌다. 올해 처음 포항에 모인 삼성 팬들은 올해 되찾은 응원곡인 엘도라도를 부르며 삼성의 승리를 자축했다.
삼성은 김지찬(중견수)-구자욱(우익수)-강민호(포수)-김영웅(3루수)-박병호(지명타자)-르윈 디아즈(1루수)-김헌곤(좌익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원태인이었다.
두산은 정수빈(중견수)-제러드 영(우익수)-양의지(지명타자)-양석환(1루수)-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김기연(포수)-김재호(유격수)-이유찬(3루수)으로 맞섰다. 선발투수는 조던 발라조빅이었다.
두산은 6회부터 필승조 최지강(1이닝)-이병헌(⅔이닝 1실점)-홍건희(⅓이닝)-김강률(0이닝 1실점)까지 투입하면서 끝까지 반격을 노렸으나 오히려 거리만 더 벌어지자 박치국(⅓이닝)과 정철원(⅔이닝)을 내보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의 침묵 속에 필승조는 필승조대로 다 소진하면서 패하는 최악의 결과와 마주했다.
원태인은 시즌 12승을 수확하면서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6이닝 89구 2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여유가 있었으나 화요일 경기인 점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원태인은 직구(48개)에 체인지업(18개), 슬라이더(14개), 커브(5개), 커터(4개)를 적재적소에 섞으면서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직구 구속은 142~148㎞로 형성됐다. 89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1개에 이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가 주효했다.
7회부터는 최지광(1이닝)-임창민(⅓이닝)-이상민(⅓이닝)-김대우(⅓이닝)-김재윤(1이닝)이 이어 던지면서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디아즈가 4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이재현이 4타수 2안타 1타점, 강민호가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2회말 삼성이 선취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박병호가 좌중간 안타로 물꼬를 텄고, 디아즈가 우중간 안타를 쳐 무사 1, 2루 기회로 연결했다. 김헌곤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날 때 2루주자 박병호가 태그업해 3루까지 갔고, 1사 1, 3루에서 이재현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잠잠했던 삼성 타선은 7회말 추가점을 뽑았다. 두산 좌완 이병헌이 선두타자 류지혁을 사구로 내보내면서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지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구자욱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날 때 2사 3루가 됐다. 두산은 강민호 타석을 앞두고 우완 홍건희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강민호는 홍건희에게 중전 적시타를 뺏으면서 2-0으로 거리를 벌렸다. 1점차 살얼음판 승부에서 달아나는 1점은 상대팀에 꽤 묵직한 내상을 입혔다.
8회초 두산의 반격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임창민이 1사 후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이유찬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놓이자 이상민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상민은 정수빈에게 2루수 땅볼을 잘 유도했고, 1루주자 이유찬을 2루에서 먼저 잡으면서 2사 1, 3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대우로 다시 마운드를 교체했고, 김대우가 제러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삼성은 8회말 더 도망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선두타자 박병호가 상대 투수 김강률에게 볼넷을 뺏은 뒤 대주자 김현준과 교체됐다. 이어 디아즈가 우익수 오른쪽으로 완전히 빠지는 적시 2루타를 때려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한편 두산 선발투수 발라조빅은 5이닝 91구 4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분투했으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시즌 3패(2승)째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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