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피란민들 ‘더는 갈 곳이 없다’

선명수 기자 2024. 8. 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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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전 범위 확대에
면적 11%만 인도주의 구역
텐트촌 ‘포화’ 위생도 악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19일(현지시간) 칸유니스의 알나세르 병원에서 울부짖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후 설정한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이 전체 가자지구 면적의 1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알자지라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10개월 전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뒤 중·남부로 작전 범위를 확대하며 남서부 해안 지역인 알마와시 일대를 전투가 없는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해 민간인들에게 대피명령을 해왔다. 그러나 ‘안전지대’라는 설명과 달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세력이 이곳에 숨어들었다며 이 일대를 수차례 폭격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이 남부 작전 상황에 따라 인도주의 구역을 재설정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이 구역의 크기를 이같이 줄이면서 피란민들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 구역이란 이름과 달리 실제 인도적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이곳 텐트촌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피란민들이 이주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구호단체들은 지적했다. 최근 가자지구 남부에서 ‘구시대 감염병’이라 할 수 있는 소아마비가 25년 만에 발병하는 등 전염병 확산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미국이 가자지구에 소아마비 백신을 반입하는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피란민촌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대피령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백신 반입은 소위 ‘병 주고 약 주는’ 생색내기식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가자지구 어린이 64만명에게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행을 위해 전투를 중단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살상이 계속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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