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꺾인 ‘수산물 황제’···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소비 부진에도 2년 연속 생산량 되레 늘어 어민들 ‘시름’
수산물 생산액 1위는 ‘김’에 내줘…지자체, 판촉 안간힘
한때 ‘수산물의 황제’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전복의 위상이 심상치 않다. 전복은 최근 생산량이 늘었지만 2년 연속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해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지역 수산물 중 부동의 1위였던 품목별 생산액도 지난해 ‘김’에 자리를 내줬다.
전남도는 20일 “전복 소비 촉진을 위해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해 판촉행사 등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남에서는 국내 양식 전복의 99%가 생산된다. 2023년 기준 3766어가에서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완도가 2563어가로 가장 많고, 진도 581어가, 해남 233어가, 신안 232어가 등이다.
전복 양식장이 많은 완도와 해남 등에서도 지자체가 별도의 판매 촉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완도군은 2억원을 투입해 이달 내내 전국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행사를 지원한다. 해남군도 전복 양식 어민을 돕기 위해 지난 16일 소비 촉진 행사를 열었다.
전복은 소비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7월 전복 1㎏(10마리)의 산지 출하가격은 평균 2만425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2만4500원보다 더 떨어졌다.
100g 안팎의 전복을 키우려면 바다에서 2년6개월~3년 정도 양식해야 한다. 오랜 기간 바다에서 키우는 만큼 어민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1㎏의 산지 출하가격이 3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출하가격은 이보다 낮아 어민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귀한 수산물 대접을 받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다. 2022년만 해도 전복 1㎏의 산지 출하가격은 평균 4만2000원에 달했다.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복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남의 전복 생산량은 2022년 2만2000t에서 지난해에는 2만4000t으로 9% 증가했다. 올해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 전남의 전복 생산액은 5357억원으로 2022년 6741억원보다 20.6%나 감소했다.
그동안 ‘수산물 품목별 생산액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전복은 처음으로 ‘김’(8000억원)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매년 8월 말 자주 발생하는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 어민들의 출하가 여름철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복은 28도 이상으로 수온이 높아지면 폐사 위험이 크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복 가격 회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생산량 조절 등이 필요하며 생산자단체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영양이 풍부한 전복 소비로 어민들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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